스쿠버 다이빙!

207

작열하는 태양☼ 아래, 파아란 바다는 보기만 해도 가슴 속까지 시원해 집니다. 뜨거운 모래사장으로 부서지는 파도 아래엔 또 다른 세계가! 아름다운 산호초 사이로 색색의 물고기들이 헤엄 치고, 그 사이를 가로 지르는 스쿠버 다이버들. TV 다큐멘터리나 따뜻한 나라의 관광 사진에서만 볼 수 있던 이국적인 광경들.

은이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저도 그 스쿠버 다이버 중 하나가 되기로!

3년 전 Kaikoura에 놀러 갔을 때 Home stay의 아저씨가 다이빙 하는 것을 보고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있고, 나날이 따뜻해지는 날씨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은이를 스쿠버 다이빙에 미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Into the blue’ 라는 영화 때문입니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뻔하지만 바다의 아름다운 영상과 그 바다에서 물고기 마냥 헤엄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뻑! 반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Jessica Alba 팬들은 꼭 봐야 할 것입니다.)

Yellow page를 뒤적거려서 Christchurch 안의 Diving School을 4군데나 찾았습니다. 전화 한 그 날, 운이 좋게도 한 학교에서 ‘Free trail ‘이 있다고 했습니다. 4m의 수영장 바닥,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그 것. 경험해보시지 않고는 알 수 없으실 겁니다.

공짜 수업은 좋았지만 결국 신청을 하고 등록을 하게 된 곳은 (다른 학원인) 가장 저렴했던 HQ Diving School. 수업은 2주에 걸친 5일. 이론 수업 하루, 수영장에서의 수업이 이틀, 그리고 바다에서 이틀, 이렇게 말입니다. 수업료는 $299, 장비를 빌리는데 $ 100, 총 $399.

등록을 하고 수업 날짜가 되기까지의 일주일은 왜 이리도 길기만 한 것인지.

첫째 주, 첫 날 금요일. 같이 수업을 듣게 된 사람들이랑 소개를 하거나 앞으로 배울 것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는 Orientation Day라고 나눠 주었던 종이에 적혀 있었지만, 그것에 이어지는 3시간에 걸친 길고 긴 이론 수업. 맙소사 완전! 지루하더랍니다. 아차차, 저희 다이빙 팀 멤버를 소개해야죠. 우선은 정말 동화 속 차밍 왕자님처럼 생긴 잘생긴 영국 선생님을 시작으로 은이, 제 친구JH, 말이 정말 많은 말레이시안 아저씨 (30대 중반, 알고 봤더니 의사!), 아는 척 진짜 많이 하시던 (아는 것이 많긴 많았지만….) 키위 아저씨(거의 50대 후반의 할아버지 뻘), 정말 조용한 동갑 또래의 키위 친구, 이렇게 5명입니다.

둘째 날 토요일. 아침부터 수영장에 들어 가는 줄 알고 잔뜩 기대했더니, 오전 내도록 2시간의 이론 수업과 그 후 필기 시험까지 봅니다. 필기 시험은 운전 면허 시험보다 쪼~금 어려웠긴 했지만 가볍게 통과~. 점심을 먹고 드디어 장비 착용! 별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단지, 물 속에서 가라 앉게 하기 위한 허리에 찬 추들과, 등에 멘 산소통이 물에 들어 가기 전엔 정말 무겁다는 것입니다. (물에 들어 가기도 전에 땅속으로 가라 앉아 버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잠수복을 입으면 물 속에서도 정말 따뜻하다는 것. 기대하던 수영장 수업도 사실 온통 이론에 맞춘 수업들뿐입니다. 각각의 장비 이용을 어떻게 하는지, 물 속에서 물 안경이 벗겨 졌을 때의 대처 법, 산소통의 산소가 없어 졌을 때의 탈출 법 등등.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는 꼭 2-3사람씩 짝을 지어서 해야 합니다. 안전성의 문제이죠.

상대가 피로할 때, 쥐가 났을 때의 대처 법을 배웁니다. 내 산소통의 산소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의 것을 같이 사용하는 법도 배웁니다. 물 속에서는 말을 할 수 없기에 무엇이든지 ‘사인’으로 이야기 합니다. 한 쪽 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사인은 산소가 없다는 뜻입니다. 쥐가 나면 쥐가 난 다리에 대고 주먹을 폈다 오므렸다 하면 됩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넘버 원~’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 손가락만 든) 은 따봉! (Good~) 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물 위로 올라 간다는 표현입니다. 은이의 상상 속의 멋진 풍경들은 웬 말, 반복에 반복의 수업들.

일요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루 종일 배움’ 이란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줍니다. 실기 시험도 있습니다. 200m 수영과 10분 동안 물에 떠 있기. 200m 수영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물 위에 10분 떠 있는 것, 익사하는 줄 알았습니다.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수영장 물도 꽤 먹었죠. 은이 혼자 여자니까 좀 봐 주실 줄 알았더니 차밍 왕자 선생님은 정말 무심하고 잔혹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물 위에 오래 떠있기 위해서는 떠 있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 보다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 뒤 숨을 크게 들여 마셔서 폐에 공기를 가득 넣으면 은이처럼 익사, 빈사 직전까지 가지 않고도 가뿐히 떠 계실 수 잇습니다.

그리고 둘째 주. 생각보다 지루했던 수영장을 떠나 드디어 자연의 바다의 세계로! 첫 날 토요일에는 Lake Colerriedge (CHCH에서 Mt. Hutt 방향으로 한 시간 가량) 10시쯤 도착, 정말 수영복 입고 갔길 망정이지 탈의실도 화장실도 없습니다. -그 날 돈 주고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주중엔 그렇게 날씨가 좋더니 그 날 따라 비까지 오기도 했고, (어차피 물에 들어 가면 젖으니까 그다지 상관은 없었지만 추웠어요.) 연습 동안의 따뜻했던 수영장은 정말 사치였습니다. 물의 온도는 9˚C, 체감 온도는 -5˚C정도!

그리고 그 무거운 장비를 메고 언덕에서 호수까지 (거의 100~150m정도) 걸어가는 것은 스쿠버 다이버가 되고자 했던 나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답니다.

자갈 언덕을 (그냥도 걷기 힘듭니다.) 30-40kg의 장비(내가 느끼기엔 한 50-60kg 되는 것 같지만)를 메고 한 번 내려가 보세요.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영장에서와는 달리 호수 바닥에서 좀 무리하게 버벅~거리면 물갈퀴로 헤쳐 버린 바닥의 모래로 물은 이내 뿌옇게 흐려집니다. 아아~호수 밑에 생명체라고는 ‘민물 홍합’과 새끼 송사리보다 더 작은 물고기 몇 마리가 전부였답니다. 수업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손은 얼어서 감각을 잃어가고, 발도 추워서 쥐가 나려는 것 같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어서 힘도 없고,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수업이 끝났는데 겨우 추운 물 속에서 나오고 보니 은이의 시야에 들어 오는 가파른 자갈 언덕에 절망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튼튼해도 여자랍니다. 힘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등을 필 수 조차 없는 탱크의 무게와 허리뼈를 으스러트리는 듯한 양쪽의 추들. 아무도 낑낑대는 은이를 도와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저와 마찬가지로 힘들었을 테죠. 그 때 제 친구(JH) 가 도와 주지 않았더라면 전 이 수업을 무사히 마칠 수 없었을 것 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마워~) 집으로 돌아 오는 봉고차에 탔습니다. 모두들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은이는 좀처럼 걸리지 않던 감기도 걸렸습니다.

마지막 수업인 일요일. 수업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왔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Akaroa 랍니다. 조금 남아 있는 희망을 걸어 봅니다. CHCH에서 한 시간 가량 달려 Akaroa 도착 조금 전에 넓은 해변이 있는데 그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기뻤던 것은 차에서 해변까지 무지 가까웠다는 것입니다. (20~30m 정도)

물도 따뜻했습니다. (15˚C) 날씨도 좋았습니다. 오늘도 수업이 계속 됩니다. 그리고 오늘도 은이는 한 번 죽을 뻔 했습니다. 물 위에서 BCD (공기를 넣다 뺐다 할 수 있는 조끼)를 입고 벗고를 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더랍니다. 조끼를 입으려고 했는데 한 쪽 구멍을 잘 못 찾겠는 겁니다. 무거운 추 때문에 자꾸만 가라 앉은 몸으로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을 계속 치니까 숨은 엄청 가빠지고 소금 물도 많~이 마시고 그랬죠 뭐~.

그렇게 그렇게 모든 수업 완료!!! 감동의 눈물과 콧물이 소금물과 함께 따라 흐릅니다. 고생과 역경을 딛고(?) 이제 은이는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는 Qualified Diver가 되었습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