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의 고통 (Whether on or off a waiting list, the pain rem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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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래, 뉴질랜드 지역보건위원회(District Health Board)는 선택적 수술(Elective Surgical Operations) 건수를 보건부(Ministry of Health)가 정한 목표치의 두 배인 연간 약 8,000건씩 늘여왔다.


현재 연간 158,000건 이상의 선택적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숫자는 2007-2008년간 120,000건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령화로 인한 고관절(hip) 수술이나 무릎수술과 같은 선택적 수술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수술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현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보건관계자는 “부족자원의 활용 극대화” 라던가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환자순환체계 개선” 과 같이 현 상황의 긍정적 면을 강조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필수 의료서비스조차 제대로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가가 국민의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당연지사임에도 우리는 이를 위한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단지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도 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수술을 모두 수용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근래에 이뤄진 의료 개선내용도 대개는 병원 운영의 효율화를 통한 것이다. 


과거, 병원이 수술 대기자 명단을 유지하던 것 대신 현재는 대기시간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대기 시간이 5개월에서 3개월로 줄고 있다.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환자는 그 시간 내에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처럼 대기시간이 줄어든 사실은 하나의 승리이자 현 정부의 업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의료수요의 불충족이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뉴질랜드 의학저널 (New Zealand Medical Journal)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스랜드와 혹스베이(Northland and Hawke’s Bay) 지역에서 의사들에 의해 공립병원으로 이송된 1,200건이 넘는 고관절 또는 무릎 이상 환자 가운데 36%가 “재정 기준” 부적합을 사유로 수술이 거절되었는데 그들 중 많은 숫자가 심한 통증과 상당한 장애를 겪고 있었다고 한다.


보고서의 저자는 본 연구가 두 병원의 소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결과를 토대로 전국적으로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 가운데 1/3 정도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한다고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현 제도하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이처럼 눈에서 멀어지고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보건부는 지난 7월, 처음으로 의료수요 불충족 문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공립병원의 수술 자격에 부적합한 환자들은 사립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으나 당연히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뉴질랜드 국민 중 약 30% 정도가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65세가 넘으면 이 비중이 25%로 줄어드는데 이 때부터 납입 보험료는 크게 오르기 시작하는 반면 수술 수요는 증가한다.


더 많은 공립병원 환자를 충분한 시설과 의사를 보유하고 있는 사립병원으로 전환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의 세금이 사설기관으로 투입됨으로써 공, 사립 혼합의료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정치적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마찬가지로 세금 감면을 통해 개인 의료보험을 보다 오래 유지하도록 장려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공적 자원을 사설 의료기관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공립 병원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인식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의 전반적인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립병원의 기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원문: The Press 사설, 번역: 김 유한, NZSTI Member, NAATI Professional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