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뉴질랜드 외교부장관과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은 가장 큰 뉴스가 되겠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이 없다.
회담의 시점이 좋지 않았다.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장관과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장관이 태평양 지역 안보, 핵심 광물 공급망과 이란 전쟁을 논의하는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최후통첩의 카운트다운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이루어졌고 세계는 이를 지켜보며 기다렸다.
이번 회담은 나름 의미있는 중요한 회담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규칙과 의전을 갖춘 전통적 외교가 이제는 빠르게 사라지는 구시대 유물로 여겨지고, 대신 새로운 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광기 어린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가 정치를 처음 시작하면서 멕시코 범죄자나 강간범에 대해 언급하고 존 매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의 전쟁포로 생활을 조롱하자, 평론가와 사설 집필가들은 지속적으로 그가 선을 넘었다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 때문에 낙선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여성에 대한 발언도 했는데 첫 대선 캠페인 때 널리 퍼진 표현인 ‘가짜 뉴스’에 대한 주장이었다.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사태와 탄핵 소추가 있었고 그린란드(Greenland)에 대한 위협도 있었다.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이라는 문구를 읽는 것마저 이제는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10년 동안 트럼프의 세상에서 살았지만 이번 주는 좀 다르다.
평론가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트럼프가 흔히 정의로운 척 한다거나 패배자, 가짜라며 묵살하는 주류 언론이 아니라 그의 지지자와 마가(MAGA)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전 폭스뉴스(Fox News) 기자, 메긴 켈리(Megyn Kelly)로 이번 주 영상에서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지금의 이 X 같은 상황이 지겹습니다.
그는 평범한 인간처럼 행동하지 못할까요?”고 쏟아냈다.
당연히 트럼프는 켈리(Kelly), 터커 칼슨(Tucker Carlson), 알렉스 존스(Alex Jones), 캔더스 오언스(Candace Owens)를 공격하는 긴 비난으로 응수했다.
이 네 사람은 모두 많은 팔로워를 가진 우파 평론가들로 트럼프의 무모한 이란 전쟁을 비판해 왔다.
이런 상황을 그저 관심의 경제학이란 관점에서 우두머리가 되기 위한 온라인 나르시시스트들의 싸움으로 보고 트럼프까지 여기에 포함할 수도 있겠으나, 그 핵심에 중대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켈리는 “한 문명을 말살시키겠다는 위협은 안 된다”라며 이란에 대한 트럼프의 전례 없는 위협에 직접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분명히 해둘 것은 트럼프의 발언이 집단학살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전쟁 범죄가 성립하는 위협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직무 부적합에 대한 보편적 합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소셜 미디어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광기어린 위협을 가하고 그들의 문명이 그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절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시스템을 어쩌다가 정상처럼 인정하고 있다.
그는 명백히 감당못할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의 휴전상태는 너무나 취약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계속하여 10분 만에 300명 이상을 사망케 하면서, 휴전협정이 레바논 내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Hezbollah) 병력과의 전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Hormuz)해협은 잠시 재개방되었다가 다시 폐쇄되었고, 미국과 이란은 휴전 합의에 대해 상반된 설명을 내놓았다.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질문은 뉴질랜드같이 작은 나라들이 지금 상황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며 또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다.
크리스토퍼 럭슨 (Christopher Luxon) 수상은 시국의 엄중함에 대해 너무나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미국의 대 이란 공격 작전. 역자 주)’ 이 시작되자 럭슨 수상은 뉴질랜드는 이란에 대한 “어떠한 조치”라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위협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겨우 말했지만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및 기타 국가들이 지지한 휴전 성명에 뉴질랜드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뉴질랜드는 누구의 심기도 건드리지 않으려 필사적인 듯하다.
이번 주,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백악관 수석 특파원 데이비드 생어(David Sanger)가 매우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는데, 이란이 세계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고 걸프(Gulf) 국가들은 생각보다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뉴질랜드가 직접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이 하나 더 있다.
생어는 “지금까지 세계는 미국이 가진 힘을 실질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자비로운 강대국(benevolent superpower)’이라는 생각에 동의해 왔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고 자비로운 강대국이라는 향수 가득한 이미지가 이란 전쟁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지금, 역사적으로 미국과 노선을 함께 해온 작은 나라들은 앞으로는 어찌 해야할지 난감하다.
이번 주 예견되었던 큰 재앙은 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달라졌다 (The Press, 11 April 2026).
(번역: 김유한) NZ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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