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새’로 뽑힌 푸테케테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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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뉴질랜드 자연보호 단체인 ‘NZ Forest & Bird’에서 실시한 ‘뉴질랜드 세기의 새 선발대회(NZ’s Bird of the Century competition)’에서 ‘Australasian crested grebe’, 우리말로는 ‘오스트랄라시안 논병아리’라고 부를 수 있는 새가 선정됐습니다.
마오리식 이름이 ‘푸테케테케(Pūteketeke)’인 이 새는 남은 숫자가 원체 적어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아니지만 독특한 생김새와 생태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방송인이 강력한 지지 보내>
2주간에 걸쳐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선발대회에서 이 새가 선정된 데는 조류 애호가로 유명한 영국계 미국 코미디언이자 영향력이 있는 방송인인 존 올리버(John Oliver)의 힘이 아주 컸습니다.
그는 자기가 진행하는 HBO TV 쇼인 ‘Last Week Tonight’에서 이 새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하고 또 지미 팰런(Jimmy Fallon)이 진행하는 ‘The Tonight Starring’에는 아예 새의 탈을 온몸에 두르고 등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쿄에 애니메이션 광고판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는 포스터를 부착하는 등 세계적인 캠페인을 벌여 결국 2위를 차지한 ‘북섬 브라운 키위’를 1만 2,904표 대 29만 374표로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세기의 새’로 선정됐습니다.
대회 주최 측도 처음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논병아리가 엄청난 팬을 거느린 영향력이 있는 조류 애호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며, 독특한 외모와 함께 사랑스러운 육아 모습을 보이는 멸종 위기의 새가 선정된 것이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회는 뉴질랜드에서 진행하지만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참여할 수 있는데, 종종 대량의 중복 투표 등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한 사람이 큰 영향을 미친 경우는 없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은 다른 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올리버를 이기지 못했는데, 주최 측 관계자는 이런 논란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가 가져온 열정과 창의성, 열띤 논의가 반가웠다면서, 우리 토종 조류 80% 이상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이 놀라운 새는 뉴질랜드인에게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습니다.

푸테케테케 탈을 쓴 존 올리버

<남섬에만 1,000마리 남은 국가적 취약종>
올해 대회는 195개국에서 35만 건 이상의 검증을 마친 투표가 이뤄져 2005년부터 올해의 새를 뽑기 위해 실시된 이 선발대회에서 가장 많은 투표자를 기록했는데 종전 기록은 2021년의 5만 6,733표였습니다.
올리버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중복 투표 등을 걸러내는 컴퓨터 시스템이 한때 멈춰 뉴질랜드 시각으로 11월 12일(일) 오후 5시에 마감된 우승 새에 대한 발표가 이틀간 지연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만 건의 부정 투표는 폐기됐습니다.
그 결과 푸테케테케를 비롯해 Top 10에 오른 새와 득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세기의 새’ 선발 투표 Top 10>

  1. Pūteketeke Australasian crested grebe: 290,374
  2. North Island brown kiwi: 12,904 votes
  3. Kea: 12,060 votes
  4. Kākāpō: 10,889 votes
  5. Pīwakawaka Fantail: 7,857 votes
  6. Tawaki piki toka Eastern rockhopper penguin:
  7. Karure | Kakaruia Black robin: 6,753 votes
  8. Huia: 6,467 votes
  9. Tūī: 6,457 votes
  10. Takahē: 6,292 votes

폐기된 건 중에는 펭귄 종류인 ‘tawaki piki toka eastern rockhopper penguin’에 한 사람이 투표한 4만 건도 포함됐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또 다른 참가자도 3초마다 한 건씩 모두 3,403건을 투표해 역시 제외됐습니다.
푸테케테케는 ‘국가적 취약종(Nationally Vulnerable)’이며 뉴질랜드에 사는 숫자가 1,000마리 미만이고 호주와 합쳐도 모두 3,000마리 미만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1980년 대에는 200마리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며 북섬에서는 이미 멸종됐고 2012년에 남섬 와나카 호수에서 겨우 한 쌍이 번식 중인 게 확인됐는데, 이후 동물학자인 존 다비(John Darby) 등이 중심이 돼 ‘Lake Wanaka Grebe Project’를 통해 2013년에 떠다니는 둥지 등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보호 작업에 나서 그나마 개체 숫자가 회복되는 중입니다.
프로젝트팀은 떠다니는 둥지를 설치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나선 결과 근래 10년 동안에 500마리 이상 새끼가 확인됐는데, 특히 오타고 고지대 호수에서 숫자가 천천히 늘어나는 중입니다.
남섬의 최대 100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호수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보이며 최근에는 캔터베리에서도 일부가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푸테케케테는 담비와 족제비 같은 외래 포유류의 포식자와 보금자리 손실, 수력 발전 및 파워보트 및 호수에서의 기타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새끼를 업고 헤엄치는 푸테케테케>
몸길이가 48~61cm에 체중이 1.1kg까지 나가는 푸테케케테는 암수 모두 가느다란 목과 날카로운 검은 부리, 그리고 독특한 검은색의 이중으로 된 볏(crest)이 달린 밝은 밤색 머리와 함께 뺨에는 흰색 주름 장식이 있으며 날개에는 비행할 때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흰색 반점이 있습니다.
논병아리는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며 다이빙하는 물새 종류로 호숫가에 둥지를 틀 때를 제외하고 육지에서는 잘 걷지도 못해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매년 9월에서 3월 사이 보통 나뭇가지와 물풀로 만들어 물 위에 둥둥 뜨는 둥지에 5~7개의 알을 낳는데, 둥지가 버드나무 가지나 갈대에 붙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암수 모두 알을 품고 둘 다 새끼를 돌보는데 특히 어린 새끼는 등에 업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끌고는 합니다.
일부는 겨울에 작은 호수에서 큰 호수로, 고지대에서 캔터베리 해안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한편 구애를 할 때면 머리 볏을 세우거나 잠수 뒤 서로에게 물풀을 물어다 주는 특이한 모습도 보입니다.
먹이는 주로 물고기이지만 무척추동물도 먹는데, 부화기간이 26일로 알려진 것 외 최대 수명 등 많은 점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