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 6월이 되면 한국에서건 뉴지에서건, 마더스 데이와 파더스 데이, 어린이 날, 가정의 날 등등 많은 행사가 있는 달이라, 선물 준비해야 할 일도 많고 또 받을 일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비단 그날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면 선물준비로 조금은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선물이란, 그 크기가 아니라 마음이 얼마나 담겨있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나 마음만큼이나 선물에 정성을 담으려니, 알량한 주머니 사정에 비례한 마땅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괴롭기도 합니다.
처음 이민 와, 누군가에게 선물 할 일이 있을 때면, 한국에서의 정서상, 형편에 조금은 무리를 해 가며 준비를 하곤 했었는데, 그러나 차츰 딴에는 키위들의 정서를 쫓아 부담 없는 선물로 생각되는 쇼핑센터의 바우처를 준비하기도 하고, 영화티켓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그런데 차츰 더 꾀(?)가 생기다 보니 부담 없는 가까운 사이에는 로또 복권을 몇 장 사서 예쁘게 포장해서 전해주기도 합니다.
복권을 선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경제적이고, 무어로 할까 고민하면서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다른 선물은, 받은 사람이 혼자서 꿀꺽 먹어버리지만(?) 복권은 만약 당첨이라도 되어 대박이라도 터지는 날에는 조금의 국물이라도 마실 수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니, 일석 삼조의 선물이 아닐까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제게서 로또 선물 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다들 지지리 궁상으로(?) 사는 걸 보면, 당첨 안 되었거나 아니면, 아마도 국물 주기 싫어 몰래 당청금을 은행에 숨겨두고 입 싹 씻고 있는 것도 같고…
그런데 이렇게 선물에 신경 쓰는 시간 내지는, 주머니 사정 때문에 약은 꾀를 쓰는 필자만큼이나 약아지는 우리 아이들… 그래도 처음엔 꼬박꼬박 그럴듯한 선물을 아이들에게서 받으며 흐뭇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는데, 종일 서 있는 엄마를 위해 발 마사지 크림이라던가, 어깨를 뜨겁게 마사지 할 수 있는 마사지 팩이라든가, 목소리가 녹음되는 비싼 생일카드에 사랑스럽고 예쁜 목소리로, ‘아이 러브 엄마~’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더니만, 얼마 전, 마더스 데이에 딸 아이가 건네 준 선물은 정말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딸 아이가 만 18세 되던 생일 날에 책을 하나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라는 책입니다. (20대의 여성은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딸 아이가, ‘엄마 재테크가 뭐예요?’ 하고 묻는데, 속으로, ‘재테크가 뭔지 알면 엄마가 요 모양 요 꼴로 살겄냐?’ 싶었지만, 그래도 들은 풍월을 동원하여,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열심히, 힘들게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버는 만큼 매사에 아껴서 써야 하고, 저축을 열심히 해야 하고… 블라 블라… 거창한(?) 재테크 강의를 들려 주었더니만, 그 거이 고작 엄마의 선물을 돈 들이지 않고 몸으로 때우는 일로 시작을 하려는 겁니다.
딸 아이가 돈 한푼 안들이고 엄마에게 한 선물은요?
‘Happy Mother’s Day’가 그럴듯하게 그려진 겉 표지에, 호치키스로 찍은 열 장의 서비스 내용이 들어있는 쿠폰입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1) 엄마 마사지 해주는 쿠폰.
(2) 엄마를 위해 요리해 주는 쿠폰.
(3) 엄마가 원하시는 일 아무거나 도와드리기… 등등…
그 쿠폰의 아래에는 이러한 Caution(주의사항) 까지 달아 놓았습니다.
유효기간 : Forever, 단, 쿠폰을 분실하면 네버, 에버, 재 발행하지 않음.
되도록이면 주말이나 방학 기간 중에 사용 해주시기 바람.
하루에 두 장 이상 사용불가.
거창한 재테크 강의로 Poor한(?) 선물을 받은 거지요. 그래도 마음이 듬뿍 담긴 선물이니 기특하게 생각은 되면서도 어째 쪼금 그러긴 합니다. 주의사항을 다 지키며 사용하려니 그 노무 쿠폰 한번 사용하기가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니까요?
다음엔 아이들에게 받을 선물의 기준도 정해 놓아야 할 거 같습니다.
‘쿠폰은 절대 사양.’
딸! 엄마에게 하는 선물을 아끼는 게 재테크는 아니걸랑?
또 쿠폰으로 때우기만 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