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로 받은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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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일을 맞아 18살이 되었다고 좋아라 하는, 엄마 아빠의 간섭에서 조금은 해방된 것 같은 착각(?)속에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딸아이가, “엄마, 18세가 되어 좋기는 하지만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다니…. 이제 나도 늙어 가는가 봐요. 나이 먹는 게 즐거운 일만은 아닌 거 같아요.” 자못 심각하게 나이 타령을 해대니 참말로 우습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내가 언제 18세인 적이 있었나? 그런 꽃다운 나이가 있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20대의 보석 같은 나이를, 어찌하면 잘 보낼까 밤새워 고민을 한 적도 있었고 30의 나이에는, 너무 빠른 세월의 흐름에 그만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 우황청심원을 씹어가면서 참담한(?) 심정으로 40을 받아들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에구, 벌써 또 다른 숫자의 0을 향해 달려가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세월의 흐름입니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와 함께 간다고 하던가…. 10대는 10킬로 20대는 20킬로, 40대는 40킬로라는데…. 그러나 40이 넘으면 인생의 거의 절반은 살았다고 보아도 좋을 나이이니(?) 서서히 오르막길을 접어야 할 나이입니다. 그러니 이제 내리막길의 속도에는 더 가속이 붙게 마련…. 족히 60, 70킬로는 되고도 남는, 아니, 체감은 80킬로도 족히 넘는 거 같습니다.

몇 달 전, 필자의 생일을 맞이하여 아이들이 생일 선물을 준비한다고 부산을 떠는데, 딸아이가 묻습니다.
딸 : “엄마 이제 엄마가 4*살 맞죠?”
엄마 : “아니~ 너는 엄마 나이도 아직 모르고 있단 말이야?
딸 : “네? 엄마 나이가 4* 아니에요? 그럼, 4*인가?”
엄마 : “아직 엄마가 몇 살이신지도 모르다니…. 괘씸한 것들…… 엄마 나이가 지금 서른 아홉 이잖아~”
딸 : “어? 엄마 나이가 서른 아홉?”
딸 : “그런데, 엄마, 작년에도 서른 아홉이라 그러지 않으셨어요? “
딸 B : “맞아~ 재 작년에도 서른 아홉이었어”

그제서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제 어깨를 토닥거리며 이렇게 위로를 합니다.
“엄마…. 인생은 다 그런 거랍니다. 저도 이제 나이를 먹으니 서글퍼진다고요. 엄마 마음 다 이해를 하지만, 그래도 나이를 속이지는 맙시다.”

그러니 속으로 그럽니다. ‘ 니들도 엄마 나이 되어봐~’
저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새로운 숫자와의 만남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임이 분명합니다. 그 숫자를 초월하고 계신 분들도 더러 있기는 하시겠지만…. 그러니 한국보다는 한 살은 더 어리게 봐주는, 몇 살이냐고 물으면 한사코 몇 살 몇 개월이라고 답하는 키위들의 나이 셈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엊그제, 백일을 맞이한 한 아기의 집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백일과 돌에 큰 의미를 부여하듯이, 키위들도 나름대로 나이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만 1살의 생일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는 만 5세의 생일입니다. 또한, 틴에이저가 되는 13살과 Youth가 되는 16살의 나이에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특히, 21세의 생일은 BIGEST B/DAY 라고 해서 아예 커다란 홀을 빌려 많은 친구들을 초대해 아주 크게 자축을 한다고 합니다. 그 후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의미 있게 무게를 두는 불혹의 나이인 40을 비롯해, 50, 60등 0 의 숫자를 맞이하는 나이마다에 특별한 의미를 둔다고 하는데, 개중, 50의 생일을 맞이해서는, 친구들과 지인, 친척 등 그 동안 가까이 지낸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크게 생일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언젠가 50회 생일을 맞이한 키위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딸 셋과 부인이 정성껏 생일 음식을 만들어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을 초대를 했습니다. 화기애애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제 모두 사회인이 되어 독립한 세 딸이, 아빠의 50회 생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선물 증정식을 갖는다고 합니다. 모두들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궁금해했습니다.

딸 셋이, 아빠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평소 아빠가 그리도 좋아하던, 무척 갖고 싶어하던 BMW 자동차였습니다. 그 아저씨는 평소에는 오토바이로 출, 퇴근을 하는데 BMW에 관심이 많아서 오토바이도 BMW를 타고 다닙니다. 그런데 그러한 아빠의 마음을 아는 세 딸들이 그 BMW를, 그것도, 아빠가 좋아하는 모델의 자동차를 선물한다고 하니 그 아저씨, 얼마나 감격스러웠겠어요. 아빠에게 전해준 생일 카드에는, 평소,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던 BMW 자동차 사진과 함께 생일 축하 인사말로 가득했습니다.

어머니 날, 아버지 날에도 달랑 초콜릿 하나 포장해 내놓는 키위들이 저러한 면도 있었구나…. 자동차 값이 좀 비싸긴 하겠지만 아마도 딸들이 이제 돈을 버니 셋이 나눠 아마도 융자도 좀 내었을 거고, 키위답지 않게 참 기특하구나. ‘아저씨~, 딸들을 잘 키우신 거 같아요!!’ 마음속으로 축하를 해 주었는데….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차를 아빠에게 사 드리는 게 아니라 주말 3일 동안만 운전을 할 수 있는, 쉽게 말하자면 3일 동안만 아빠를 위해서. BMW 자동차를 렌트를 한 거였습니다.

에휴! 아직도 영어에 프러블럼이 있으니…. 올 해에는 영어공부에 더 매진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음…. 그래도 그 아저씨는, 딸들이 선물한 ‘BMW 자동차 렌트’ 선물을 받고 너무나 감격을 해서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으니, 역시 키위다운 정서의,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키위들이, 왜 특히나 50의 나이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인생을 크게 100으로 봐서 50의 나이는 그 절반을 살았다는 의미로서, 또 50의 나이이면 아주 바쁜 인생의 시기를 지나 아이들도 웬만큼 키워놓고 이제 안정을 찾기 시작하는 나이이니, 인생의 황금기라고 해야 하나? 조금은 여유롭게 뒤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남아있는 삶을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이 재충전을 할 나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에는 공감하는 바가 컸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그저 0 자 든 나이를 헉헉대며 넘기만 급급했지 뒤돌아 볼, 앞을 다시 재정비 할 여유도 없이 살아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 살다 보니 어느덧 40, 50이 되고 60이 되고 그러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허탈하고, 앞은 안개가 자욱이 끼여있는 것도 같고….

엊그제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다시 새해를 맞이하여 “나이만 먹는구나” 할 것이 아니라 새해에 해돋이를 한번 맞이 해 보면 어떨까요. ‘인생을 개선하는 50가지 방법’ 중의 하나가, 일년에 한번씩은 해돋이를 꼭 보라는 말이 있더군요.

아직 해돋이를 안 보셨다면 돌아오는 설엔 온 가족이 가까운 피어 다리 위에 올라 새로운 마음으로 해돋이를 바라보며 올해를 잘 계획하고 숨을 고를 여유를 한번쯤 가져 봄이 어떨까요.

꼭 50의 나이가 아니더라도 0의 나이를 바라보며 괜한 스트레스만 차곡 차곡 마음에 쌓아둘 게 아니라, 새해에는 허리 피고 한숨 돌리면서 뒤도 돌아보고 앞도 살피는 여유로운 마음을 우리 모두 가져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