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정치(Playing politics with a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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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증오와 편견을 야기하는 조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엔 민감한 시기다.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의 진상조사(Christchurch Masjidain Attack Coronial Inquiry)는 5월에 예정됐지만 방대한 정보를 검토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여 10월로 미뤄졌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뉴질랜드와 전 세계 반 유대(anti-Semitism) 및 반 무슬림(antiMuslim) 정서가 깊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게 되었다.
하마스(Hamas)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Gaza)지구 폭격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경고를 고려하면 우리는 2019년 3월15일 테러에서 51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그 원인과 대응을 논의하는 방법에 신중해야 한다.
조사 첫 단계는 12월 중순까지 진행되는데 경찰, 앰뷸런스, 크라이스트처치 병원 직원의 대응에 대한 검토와 51명 희생자 가운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경우는 없었는지를 포함하여 열 가지 주제에 대한 조사와 함께 테러리스트를 감시하고 색출하는 능력에 관한 조사도 이어질 것이다.
시간대별 테러 전개는 2020년 왕립 조사위원회(Royal Commission of Inquiry) 보고서에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 테러의 특이점 가운데 하나는 테러리스트가 사전에 자신의 책임을 주장하면서 이미 발생한 사건처럼 표현한 것이다.
그는 3월15일 오후 1시32분 발송한 이메일에서 자신을 “이번 공격을 감행한 빨치산(partisan)”이라고 표현했는데 실제 공격은 그로부터 8분 뒤 시작되었다.
왕립 조사위원회는 테러리스트의 성명서 링크를 포함한 이메일이 총리 사무실, 야당 대표, 다수의 언론기관 및 의회 사무처를 포함, 34개 수신처로 발송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의회사무처 직원은 이메일 도착 후 몇 분 만에 111에 신고했는데 이번 주 이뤄지는 조사에서는 해당 직원이 더 빠르게 대응해야 했는지, 또 이런 협박에 대응하는 전용라인이 필요한지, 111 신고전화 접수자의 경험이 충분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
아직 안 일어난 테러를 언급하면서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ist)의 기이하고 황당한 선언문을 링크한 테러리스트의 이메일을 두고 가짜가 아닐까 해당 직원이 의심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해당 직원이 공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명서에서 지목한 모스크를 확인한 조치는 적절해 보인다.
다만 테러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누가, 언제 알았는지를 두고 음모론이 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뉴질랜드 내 허위정보를 추적하는 하위정보 프로젝트(The Disinformation Project)는 겨우 3주 전에 온라인에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공격을 부정하는 분위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뢰가 추락한 미국 음모 이론가 알렉스 죤스(Alex Jones)의 미국 샌디 훜(sandy Hook) 학교 총기사건을 주장했던 것과 비슷한 위장전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2019년에 부수상을 지낸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의 황당한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피터스는 이번 주 소셜 미디어를 통해 ‘3월15일 테러리스트 학살이 일어나기 전에 총리실이 사건 관련 정보를 접수했다는 이야기를 오늘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 내용은 사실상 당시 수상이던 재신다 아던(Jacinda Ardern)이 기자회견을 한 뒤 널리 퍼졌다.
피터스가 3월15일, 테러사건에서 배제되었다는 주장은 NZ 제일당 비서실장(chief of staff)이 사건 당일 고위급 위기대응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과 보도를 통해 불식되기도 했다.
왕립위원회는 사건 전개과정에서 ‘의회 사무처의 행동은 적절했고’ ‘정보공유도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자신의 허위정보를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 ‘가스라이팅 언론’ 이라 언급하는 등 갈수록 꼬이는 피터스의 해명 시도는 역사를 바꿔 쓰려는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 방식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아예 2019년 사건을 잊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일부는 제일당의 의회 복귀를 가능하게 만든 새 지지자들을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추정하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Covid-19 시대에 공식발표를 불신하고 음모론을 믿게 된 사람들이다.
어느 쪽이든 이번 조사를 정쟁화하려는 피터스의 시도는 희생자와 가족 그리고 사건 당일 용감하게 대응했던 사람들에게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총리 당선자인 크리스토퍼 럭슨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는데 그는 이처럼 예측불가한 인물을 정부에 받아들여야 할지 다시 고민해야 할 처지다.

(The Press, 28 October 2023). (번역: 김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