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겨울 준비하는 ‘소설(小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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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은 한국에서는 24절기 중 8번째에 해당하는 ‘소만(小滿)’입니다.
하지만 계절이 정반대인 뉴질랜드에서는 이날이 ‘소설(小雪)’에 해당합니다.
지난 11월 5일이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라고 소개를 드렸는데, 마침 정말 겨울이 찾아온 듯 크라이스트처치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밖에 주차했던 차는 유리창에 성에가 끼기도 했습니다.
또한 사우스 해글리 공원의 잔디밭에는 간밤에 하얗게 내린 서리로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았고 낮에는 따뜻한 햇살로 기온이 상당히 올라가며 한결 따뜻해진 날씨를 보여 아직은 본격적인 겨울은 아닌 것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5월 중순(한국은 11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추운 겨울을 대비해야 할 때가 된 것만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한자로 ‘작을 소’에 ‘눈 설’로 글자 그대로 한반도에서는 눈이 오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특히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의미하는 절기이기도 한데, 이때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지며 또한 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리는 등 겨울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국 농촌에서는 예부터 <소설 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때는 춥고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던 시기입니다.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고 목화를 따서 손을 보며,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을 거둬 모아둡니다.
실제로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차남인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지은 ‘농가월령가’에서는 입동과 소설 무렵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터울하고 외양간에 떼적 치고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또 ‘소설’에는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하며 이날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하며 뱃사람들은 이 무렵에는 배를 잘 띄우지 않는데 손돌 이야기는 아래에 따로 소개해 드립니다.
이 무렵 제철 음식은 채소류, 어류, 갑각류가 있지만 특별한 절기 음식은 없습니다.
한편 비록 ‘입동’도 지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이지만 아직 한겨울에 들어선 것은 아니고 낮이면 따뜻한 햇살도 비치기 때문에 예로부터 이 무렵을 일명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구 기후 변화로 한국에서는 지난 2019년, 2022년, 2023년에는 ‘소설’에 이상 고온을 기록했으며 현재 한반도는 ‘소설’ 무렵이면 겨울 날씨보다는 가을 날씨의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이 자주 오지 않고 연중 영하로 내려가는 날도 그리 많지 않은 크라이스트처치를 비롯한 뉴질랜드에서는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이 무렵에 가을 날씨를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 하늘을 올려보자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교차가 벌어지면서 주변에는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시고 또 겨울 준비도 잘하시기 바랍니다. [KR]

<손돌 이야기>
‘소설’ 무렵, 대개 음력 10월 20일께는 보통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갑습니다. 이날은 ‘손돌(孫乭)’이 죽은 날이라 하고 그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해서 외출을 삼가고 특히 뱃길을 조심하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몽골의 침입으로 고종이 강화로 몽진 가던 중 김포와 강화 사이를 지나는데 풍랑이 일어 배가 심하게 흔들렸는데 왕은 사공이 일부러 자기를 죽이고자 하는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사공은 이곳 물길이 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왕은 듣지 않고 사공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는데, 사공은 죽기 전에 바다에 바가지를 띄우고 그 뒤를 따라가면 무사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죽은 사공의 이름은 손돌이었는데, 결국 무사히 강화에 도착한 왕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면서 손돌의 시신을 거둬 장사를 후하게 지내고 사당을 지어줍니다.
그래서 지금도 손돌이 죽은 곳을 손돌목이라 하고 배가 지나갈 때 조심하며, 특히 해마다 음력 10월 20일이면 강풍이 불고 날씨가 찬 이유가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원혼 때문이라고 말하며 특히 강화에서는 이날 뱃길을 금하곤 합니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덕포진 인근에는 손돌의 무덤이 남아 있습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