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가장 긴 ‘동지’에는 ‘팥죽을…”

261

6월 21일 금요일은 한국에서는 연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로 벌써 한낮이면 기온이 30C를 훌쩍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반구인 뉴질랜드에서는 계절이 정반대이므로 이날은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가 됩니다.
‘동지’는 24절기 중 22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한국에서는 그해 달력에 등장하는 맨 마지막 절기로 이날부터 다시 낮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영어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은 ‘solstice’라고 하는데 이 중 ‘하지’는 ‘Summer solstice’ 그리고 ‘동지’는 ‘Winter solstice’라고 합니다.
‘Solstice’의 어원은 라틴어로 ‘해(sol)가 멈춘다(stice)’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동지’와 ‘하지’가 되면 태양의 남중고도가 각각 하강이나 상승을 멈추고 반전하면서 마치 천구상에서 태양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한편 ‘동지’는 또 다른 말로 ‘the shortest day of the year’라고 직접적인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보통 북반구에서는 양력으로 12월 21일이나 22일로 대강 크리스마스 무렵과 겹치는데, 일설에는 서양에서 크리스마스가 지금과 같은 전통적인 축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서양의 ‘동지 축제(Yuletide)’가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즉 점점 짧아지던 낮 시간이 이날을 기점으로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자 이를 죽어가던 태양이 되살아나는 것으로 믿어 ‘태양신’을 기리던 축제가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바뀌었다는 주장입니다.

<팥죽 쑤어 먹는 중요한 절기>
‘동지’는 옛날부터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고 할 만큼 우리 민족에게도 널리 알려진 절기인데, 시가나 시조 등 옛날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요즘 불리는 가요의 가사에도 동짓달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옛사람들은 이날을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라고 표현하면서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으며 고려 시대에는 이날 사냥과 고기잡이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금은 조선시대의 많은 풍속이 사라진 상황이지만 아직도 동짓날이 되면 꽤 많은 가정에서는 팥죽을 쑤어 먹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친숙한 절기입니다.
이처럼 ‘동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당히 오래전부터 지역사회와 함께 많은 사람이 어울리면서 기념하던 날이었습니다.
특히 이날이면 붉은색의 팥죽을 먹는 것과 함께 팥죽을 대문과 마당, 장독대에 뿌리곤 했는데, 이는 악귀와 액운을 내쫓는다는 주술적 행위로 중국에서 비롯한 것이며 중국에서도 이날이면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6세기에 나온 중국 고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삼황오제’ 중 하나인 ‘염제’의 후손이면서 ‘물의 신’인 ‘공공(共工)’의 아들 중 하나가 동짓날에 죽어 전염병을 가져오는 ‘역귀’가 되었는데, 이 아이가 살았을 때 팥을 두려워해 동짓날이면 팥죽을 쑤어 ‘역귀’를 물리친다고 적혔습니다.
그런데 만약 ‘동지’가 음력으로 11월 1일부터 10일 사이에 들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애동지’ 또는 ‘애기동지’라고 합니다.
이때는 팥죽을 먹으면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 팥죽 대신 시루떡처럼 팥을 넣은 떡을 먹으며, 11월 11일 이후일 때는 ‘어른동지’라 하며 전통대로 팥죽을 쑤어 먹습니다.

<‘작은 설’로도 불려, 달력 나눠주던 풍습 지금도 이어져>
한편 조선 시대에는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해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으며 왕실에서는 새해 달력에 옥새를 찍어 신하들에게 나눠주었는데,이러한 풍습은 오늘날에도 새해가 되면 달력을 서로 선물하는 우리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이날이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해 팥죽에 자기 나이만큼 찹쌀로 만든 ‘단자(새알심)’를 만들어 넣어 먹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금의 초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의 ‘서당’ 입학식은 동짓날 치러졌는데, 이는 동지 이후로 낮의 기운이 점점 커지므로 아이들 학문도 마치 태양처럼 쑥쑥 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날을 택했다고 합니다.
경상도에서는 동짓날 밤에 서당의 학동들이 모여 한지나 대나무 혹은 철사와 솜으로 만든 ‘풍등(風燈)’을 가지고 이웃 서당의 학동들과 겨루는 ‘등쌈놀이(초롱쌈)’를 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올해 북반구의 ‘동지’는 12월 21일, 토요일로 음력으로는 11월 21일이 돼 ‘어른동지’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동지’는 12월 22일이었고 음력으로는 11월 10일로 ‘애(기)동지’였습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