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를 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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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종종 아내가 남편에게 무언가 잔소리를 하면 남편 왈 “또 바가지를 긁고 있네”라면서 싫어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왜 ‘바가지를 긁는다’고 했을까요? 실제로 우리말에는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잘 모르지만 이처럼 특별한 경우에 쓰이는 말이 꽤 많습니다. ‘바가지를 긁는다’라는 표현은 원래는 부부 또는 연인 사이에서만 쓰이는 말은 아니었고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예방주사를 맞거나 또는 걸렸더라도 병원 치료를 받으면 어렵지 않게 낫는 질병이지만 의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근대 이전에 콜레라는 무서운 질병 중 하나였습니다. 전염력도 무척 강한 데다가 원인도 모르다 보니 한번 유행했다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 조선 시대 말기에도 ‘괴질’ 또는 ‘호열자’로 불리면서 크게 유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병이 돌기라도 하면 민간에서는 무당을 불러 굿을 벌이며 상 위에 바가지를 놓고 득득 긁어 나는 시끄러운 소리로 귀신을 물리친다는 민간 풍속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참 어처구니없는 말로 들리겠지만 주술적인 힘이라도 빌려 전염병을 물리치고자 하던 백성들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돼 이후에는 남이 잘못하는 일을 듣기 싫을 정도로 귀찮게 잔소리하는 것을 빗대 ‘바가지를 긁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부부나 또는 연인 중 한쪽, 특히 여성이 상대방에게 잔소리를 하는 때처럼 한정적인 경우에 사용하는 말로 그 사용 범위가 한층 더 좁혀졌습니다. 한편 영어는 이런 경우에 ‘nag’라는 표현을 쓰는데 영영사전을 보면 ‘nag’는 누군가에게 짜증스럽게 계속 불만을 터뜨리면서 무언가를 요구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Stop nagging me(바가지 좀 그만 긁어)” 또는 “I have a nagging wife(바가지 긁는 마누라가 있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 표현 말고 ‘henpeck’라는 또 다른 표현도 있는데, 이는 ‘암탉(hen)’과 ‘쪼다(peck)’라는 말이 합쳐진 단어로 말 그대로 ‘(아내가 남편을) 들볶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henpecked husband’라는 단어도 등장했는데 이는 ‘공처가’라는 뜻입니다. “I don’t want to be a henpecked husband(나는 공처가가 되고 싶지 않아).”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