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어둠이 드리우다(Darkest day for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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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하면서 충격적인 사건이란 게 존재할까 싶지만 이번 주 워싱턴 DC(Washington DC)에서 드러난 장면은 5년 넘게 현직 미국 대통령이 쏟아낸 인종차별적 발언과 그 동안 등장한 음모론을 생각할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건이었으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전례 없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쿠데타 기도나 반란으로 지칭하는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일부 인사들의 사주를 받은 시위대는 스스로 임시정부를 세우는 양 의원들이 빠져나가 텅 비어버린 의사당과 사무실을 점령하는 한심한 촌극을 연출했다. 이번 사태는 명백한 의도가 있는 촌극으로 시위대는 미 하원이 죠 바이든(Joe Biden)의 대통령 선출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중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네 명이 사망하는 한 편, 폭력을 부추긴 이도 있었는데 상원의원, 죠시 홀리(Josh Hawley)이 단결의 의미로 주먹을 흔드는가 하면 예측 불가한 대통령의 변호사, 루디 길리아니(Rudy Giuliani)는 “결투(trial by combat)”를 외쳤고 대통령의 아들, 도날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는 ‘투쟁하자’며 시위대를 선동했는데 막상 대통령의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은 선동적인 표현 때문에 접속이 차단되었다. 시위에서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평화적 시위를 촉구하는 정치지도자나 지지자가 아니라 누가 더 악당인지 경쟁하는 듯 했다.
주방위군(National Guard)이 시위대를 해산하고 의회의 질서가 회복되고도 대통령은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위험한 주장을 이어갔으며 자신은 시위대를 사랑하며 그들이야말로 특별하다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바로 그 순간, 트럼프는 마침내 평온한 날 없던 주류 정치로부터 이탈한 것인데 이는 트럼프나 그의 자녀들이 향후 공화당(Republican) 후보가 될 가능성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사실 그가 선을 넘은 것은 오래 전 일이다. 공화당(The Republican Party)은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이길 후보가 없다는 판단에서 트럼프를 추대했는데 후보로서의 부적합성과 쏟아지는 경고, 다수 여성들의 고발, 파산 등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많은 증거를 외면한 채 공화당은 그를 추대했는데 그들에게는 통합보다 야심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와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은 합법적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에게 그리 될 경우 민주주의가 퇴보할 것이라는 맥코넬의 언급과 함께 지지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원인이 트럼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수석 전략참모(Chief strategist),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등이 조장해 온 음모론은 외부에서 보면 워낙 뻔한 거짓이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내용을 보면 이따금씩 등장하는 대체신앙이나 평행우주론과 비슷하다.
여기에는 일부 언론기업도 공범이었으며 뉴질랜드 정치인을 포함, 일부 정치인도 음모론에 동조하거나 못 본척하기도 했다. 음모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그 내용이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워서다. 음모론자들은 대부분 저소득 또는 중산층의 중년 백인 남성으로 그 가운데는 전직 군인도 있다. 작가, 마샤 겟센(Masha Gessen)은 이번 주,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두려워한다”며 매우 우려되는 이미지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경찰의 과잉진압을 계기로 촉발된 흑인인권 시위. 역자 주)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경계가 강화된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의 모습과 상대적으로 경비가 소홀하여 흥분한 백인 군중에 의해 금세 제압된 의사당의 모습을 대비하여 보여주는 것으로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The Press, 9 January 2021).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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