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지 않으려면 가게 문을 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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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들은 감정 표현이 우리보다 솔직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고, 눈만 마주쳐도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헬로우’ 를 연발합니다. 이제 저도 그들의 그런 습관에 조금은 익숙해 져서인지 무표정하거나 무뚝뚝한 사람들을 대할 때면 왠지 거북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 키위라고 해서 다 그렇게 친절하고 프랜들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또한 이곳에서 살아갈수록 느끼게 됩니다. 특히 슈퍼나 가게를 가게 되면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도 기본적인 인사조차 하지 않음은 물론이요, 앞사람에게는 호들갑스럽게 극진한 인사를 하다가도 제가 계산할 차례가 되면 꿀 먹은 벙어리마냥 계산기만 열심히 두들겨대니, 제가 먼저 “헬….. 로… ” 하다 말고 무참해져서 인사를 거두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대할 때면 기분도 나쁘고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아주, 아주 오래 전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스마일 운동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와 연배가 비슷한 분들께서는 스마일이 그려진 동그란 뺏지를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서 앞가슴에 예쁘게 달고 다니던 기억이 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마일 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기억에 없습니다만, 아마도, ‘좀더 밝은 사회를 만들자, 웃자, 웃으면 복이 온단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범 국민적인 캠페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앙증맞은 작은 스마일 뺏지, 노란 색깔의 커다란 동그라미 안에 그려진 유난히 입이 큰 스마일 뺏지를 사서는 친구들과 신나게 앞가슴에 달고 다니던 기억이 나는군요.

언젠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일입니다. 제가 선 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동양 여학생이 주문을 받고 있었는데, 바쁘고 피곤하기도 해서이겠지만 동양인 특유의 무표정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고 있었지요. 그런데 제 바로 앞에서 주문을 하던 키위 아줌마가 주문을 하다 말고 갑자기 그 여학생을 향해서 큰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마일!”

물론, “스마일”을 외치는 그 키위 아줌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나중에는 소리 내어 웃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는 여학생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 부러 그렇게 큰소리로 말을 했을 것입니다.

“스마일!” 키위 아줌마의 갑작스런 그 말에, 그 여학생은 놀라면서 동시에 활짝 웃음을 짓는데, 역시 무표정보다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니 웃는 사람도, 바라보는 사람도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그 키위 아줌마, 함빡 미소 짓는 그 여학생에게, “You look better” 하며 격려를 합니다.

동양인의 얼굴 근육 구조는 서양 사람들과 비교해, 미소를 짖기에 좀 경직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표정 없이 가만히 있으면 그 특유의 무표정은 무뚝뚝함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화난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한다고 하니, 특히 비지니스로 인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으신 분들은 그 말을 기억해 두셨다가 미소 짓는 연습을 자주 해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식적으로 자꾸 웃는 연습을 하면 근육도 그 웃는 운동 양만큼 부드러워진다고 하는군요.

중국 속담에, ‘미소 짓지 않으려면 가게 문을 열지 말라’ 는 말이 있습니다.

‘웃던, 찡그리던 내 장사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내 일이건, 일을 도와주는 직원의 입장이건, “나 이런 장사 할 사람 아니야” 싶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다면, 그런 가게에서는 기분도 우울해져서 빨리 떠나고 싶고, 아마도 두 번 다시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스마일!”
한국에서는 아무나 보고 웃으면 오해를 받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강아지가 꼬리치며 지나가도 귀여워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런데 하물며 나에게 돈을 벌게 해 주는 고마운 고객에게 미소 짓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옛말에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이, 웃으면서 손님을 대하고, 사가는 물건에 덤으로 친절한 미소까지 듬뿍 얹어준다면, 혹, 작은 실수가 있을지라도 그 미소 속에서 웬만한 실수는 묻혀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단 비지니스에 한정된 일만은 아니겠지요.

스마일 ^ ^ , 웃으면 복만 오는 게 아니라, 웃는 만큼 젊어진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는 군요.

오늘부터 저도 웃는 연습을 좀더 열심히 해 봐야겠습니다. 돈 안 들이고 젊어진다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