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도 투표하게 하자(Let the kids into the voting 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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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부분 민주국가에서 선거연령은 18세인데 이 때, 성인이 되면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 인권이란 것이 일반적 인식이지만 선거연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기 까지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변화의 조짐이 관찰되는데 많은 나라가 선거연령을 20세나 21세에서 18세로 조정한 것이
대부분 1970년대 초였고 그 후 서구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미국은 1971년, 호주는 1973년 그리고
뉴질랜드는 1974년에 선거연령이 변경된 바 있다.
이들은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반전시위에 참여했고 보편화된 대학교육을 받은 첫 세대다.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선거연령을 18세에서 다시 16세로 낮추는 것은 따라서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베트남 전쟁이나
아파르트헤이트(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 정책. 역자 주), 핵실험 반대 같은 주제 대신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16세에 유엔본부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로 유명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역자 주)처럼 지구 기후변화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브라질 같은
나라들은 16세가 되면 일부 또는 모든 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선거연령 변경요구가 미약하나마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뉴질랜드도 그 중 하나다.
선거연령 변경을 추진하는 단체인 ‘메이크잇 16(Make it 16)’은 선거연령을 18세로 정한 것이 권리장전(Bill of
Rights)에 규정된 연령차별에 해당된다며 이번 주 고등법원(High Court)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법학교수인 앤드류 게디스(Andrew Geddis)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의 선거연령이 차별임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의회에 선거연령 변경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일부 수감자의 선거권에 대해 비슷한
방식으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선거연령변경이 시급히 해결할 과제라고 생각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올해, 대마초 및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것은 수년간의 활동과 정치적 노력 때문인데 그에 비하면 선거연령 조정은
양상이 다르다. 법을 개정하려면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75%가 동의해야 하고 보수정당보다 진보정당에 유리한
주제다 보니 국민투표만이 이를 추진할 방안이 될 것 같다.
당장 눈에 띄지 않지만 선거연령 하향을 지지하는 주장도 나온다. 학자인 브로닌 웃(Bronwyn Wood)은 16세
선거가 뉴질랜드 같은 민주주의 국가의 특징인 유권자의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극복할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충분한 동기부여와 교육이 수반된다면 젊은이들로 하여금 선거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인데 외국의 사례를 보면 16, 17세가 다른 연령층보다 선거참여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재학연령 청소년들이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젊은이들보다 사고가 안정적이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19세나 20세보다 이들의 선거참여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은 전통적인
정당정책보다 기후나 환경, 정체성 관련 정책 같은 분야의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
더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는 정치에 큰 관심을 갖고 뉴질랜드의 정계를 좌지우지해 온 베이비붐 세대와의
균형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50년 전, (선거연령 하향조정으로) 선거권을 갖게 되었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젊은이들의 선거참여에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선거연령이 단기간내에 변경될 것이란 기대는 무리일
것이다. (The Press, 27 August 2020)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