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쟁(Who wants a culture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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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부 장관(Māori Crown Relations Minister) 타마 포타카(Tama Potaka)는 최근 키잉기탕가(Kiingitanga, 1858년에 시작된 마오리 왕권 운동. 역자 주)의 전국 규모 모임(hui-a-motu)을 “상징적”이며 “서사적”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자주 쓰는 말이라 상투적일법도 하지만 나루아와히아( Ngāruawāhia, 와이카토 지역 마을. 역자 주)의 투랑아와이와이 마라이(Tūrangawaewae Marae)에서 개최된 행사에 뉴질랜드 전역에서 1만명이 참석했으니 적절한 표현이며 ‘역사적’이라 해도 좋았을 것이다. 뉴질랜드 정치는 1월말 라타나(Rātana)로 시작하여 2월초 와이탕기(Waitangi)로 이어지는 것이 통례인데 파케하(Pakeh. 유럽 출신 뉴질랜드인)들이 주도하는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마오리 정치 행사를 먼저 치르는 것이다. 다만 라타나와 와이탕이에 앞서 나루아와히아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형식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현재 진행되는 마오리와의 불협화음이 삼두정부(국민당, Act, NZ First의 연합정부를 지칭. 역자 주)의 성격을 결정하고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총리의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총선에 등장했던 분열적인 표현과 정책에 대해 연합해 항의할 목적으로 전국 규모의 후이가 서둘러 소집되었다. 주최 측이 3천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던 행사에 3배 넘는 인원이 모인 것은 인상적이지만 2004년 해안 행진(foreshore and seabed hikoi)에 2만명 이상 모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 마오리 성향의 정책에는 마오리 보건국(Māori Health Authority) 해체, 공공장소에서의 마오리어(te reo) 사용 반대, 마오리에게 도움이 될 금연 정책의 폐지 등이 있다.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건드려봐야 얻는 것 없이 손해가 뻔해 보이는 가장 민감한 주제는 와이탕이 조약(Treaty of Waitangi)인데 ACT당 주도의 연립정부가 바로 이 것을 건드렸다. 정확히 말해, ACT당이 검토하자는 내용은 조약 자체가 아닌 조약의 기본원칙 부분이다. ACT당의 의도는 지난 40년간 우리가 이해해온 것과 다른 방향으로 조약의 법률적 해석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ACT당의 판단은 와이탕이 조약이나 기본원칙을 법에 적용할 때 모든 국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와이탕이 조약이 마오리와 왕실 간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올해 뉴질랜드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막상 토론에 불을 붙인 사람이 토론의 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어찌 해석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시모어(Seymour. ACT당 대표. 역자 주)는 라타나 행사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라타나가 종교 행사라는 이유를 내세웠는데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오클랜드에서 열린 힌두교 행사에 그가 참석했던 것과는 괴리가 있다. 그는 또 라타나 운동이 1870년대 시작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보다 50여년 이른 시점이어서 뉴질랜드 역사교육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 주기도 했다.

시모어의 불참은 그가 라타나 관련 언론보도에서 논쟁을 촉발한 당사자란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지만 와이탕이 방문만큼은 그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ACT당은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골치 아픈 논쟁을 촉발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당은 ACT당이 내 놓은 와이탕이 조약의 기본원칙에 관한 법안(Treaty Principles Bill)을 해당 위원회에 상정하는 것까지 협력하되 시모어가 원하는 국민투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NZ 제일당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ACT당 법안이 사회 통합에 거의 도움이 안 되는 소모적 논쟁임이 판명됐으며, 여전히 토론을 원하면 더 쉬운 방법은 있다.

다만 정치라는 게 워낙 믿기 어렵고 또 럭슨 총리가 조약의 수정이나 개정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법안 내용이 조약 자체가 아니라 기본원칙을 손보자는 것이어서 변수는 남아 있다. NZ 제일당은 본 건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ACT당 법안을 지지하지 않지만 연정 합의에 따라 와이탕이 재판소(Waitangi Tribunal)의 범위와 목적의 개정 등 와이탕이 조약을 21세기에 적용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갖고 있다. 국민당 입장에서는 논쟁을 멀찌감치 지켜만 보기도 쉽지 않은데 이 주제가 상당한 정치적 역량을 필요로 하는데다 사람들 시선이 와이탕이로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연정 파트너들이 좌절감을 갖는다면 국민당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이 필연적으로 초래할 문화 전쟁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하는 점이다. 텔레비전에 마오리어가 너무 많이 나온다거나 정부 부처 이름을 들어도 기억하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것이나 과거는 그냥 과거로 묻어 두자는 생각과 잘못된 정보와 포퓰리즘 식 불만을 조성하여 파괴적인 영향을 초래할 국가적 논쟁을 조장하는 것은 별개다. 이 주제는 올해 뉴질랜드에서 벌어질 가장 격렬한 논쟁이 될 것이다. {The Press, 27 January 2024).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