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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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 빼놓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내게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고 소중한 날이기도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크리스마스란 가족들이 모이고, 지인들과 함께 선물과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는 매우 중요하고 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때 많은 회사들이 휴일을 갖고,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다. 내가 다니던 회사도 23일이면 12시까지 근무를 하며 바비큐를 하고 24일부터 한 2주간은 근무를 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우리 회사나 우리와 거래하는 모든 업체들은 24일 전에 일을 마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만 했었다. 물론 다들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24일, 25일, 그리고 26일 Boxing day까지 이어지는 휴일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간만에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달력을 보니 25일 하루만 빨간 날이다. 헉~ 그것도 일요일이다. 그리고 24일은 토요일, 26일은 월요일, 선명하게 검은색으로 숫자가 인쇄되어 있다. 갑자기 너무 달라진 나의 크리스마스로 인해, 달력을 보면 큰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직장인이 무슨 크리스마스……? ‘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자꾸 뉴질랜드에 있었을 때 생각이 난다. 

그런데 회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서면, 거리는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껏 이다. 아니 뉴질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의 불빛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미 예쁘게 잘 포장된 선물들은 크리스마스가 왔음을 분명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

확실히 한국의 크리스마스에는 뉴질랜드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보다는 외관상 크리스마스를 더욱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차이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뉴질랜드에 처음 이민 갔을 때만 해도, 썸머 크리스마스가 어색하여 크리스마스의 명동거리를 꿈꾸기도 하고, 뉴욕에나 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트리를 머릿 속에 그려보았었다. 하지만 막상, 백화점과 여러 곳에 눈부신 장식과 조명을 보며 내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멋지다~!!”가 아니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였다.

지난 9월 15일 정전사태로 전국이 난리였었다. 실제로 사업 뿐 아니라, 치명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 어마어마한 장식을 보는 순간, 그 때 보았던 뉴스가 떠오르며 나온 한 마디였다.

그러나 이왕에 아름답게 꾸며진 장소들을 보며, 나는 일단 이 풍경을 맘껏 즐기기로 했다. 사진을 찍어서 한국과 뉴질랜드에 보내주니, 다들 어디냐 물으며 고마워한다.

크리스마스를 통해서, 나는 실용적인 뉴질랜드인이 된 것 같은 내 모습을 발견하고 웃음이 나온다. 뉴질랜드에서의 포근한 크리스마스가, 재밌고 신나고 북적거리는 한국의 크리스마스보다 더 좋은 걸 보니, 내가 뉴질랜드에서 지내왔던 시간들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의 모습, 방식들은 이 곳이나 그 곳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디면 어떠한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고, 가장 행복하고 마음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으면 되지 않는가?

나에게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가 예상치 못한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색다르고 특별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과 이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Merry Christmas! Joy to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