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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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친구가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싱글벙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기분이 정말 좋아 보입니다.
“왜 아침부터 싱글벙글 웃어? ‘뜬금없는’ 돈이라도 생겼어?”라고 묻게 됩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뜬금없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 말을 풀이하자면 ‘뜬금’이라는 단어와 ‘없다’라는 동사가 합쳐진 것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뒤의 동사는 쉽게 알 수 있지만 앞의 ‘뜬금’은 그 뜻은 물론 의미를 읽어내는 게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뜬금’은 ‘언제나 일정하지 아니하고 시세의 변동이 심한 물건의 값’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결국 이 말은 일정한 값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면 ‘뜬금없다’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고정된 값’ 정도가 될 텐데, 그런데 위의 두 친구의 대화처럼 실제 우리가 이 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니 참 아리송합니다.
이 ‘뜬금없다’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감고(말<斗>監考)’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말감고’는 옛날에 곡식을 팔고 사는 시장에서 되나 말로 상품의 부피를 재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되질이나 마질을 해준 곡식의 10분의 1이나 또는 ‘말밑(곡식을 말로 되고 나서, 한 말이 채 안 되게 남는 부분)’을 품삯으로 받았습니다.
요즘처럼 화폐 사용이 활발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물물교환이 중심이었고 이때는 주로 곡식을 기준으로 해 시장에 나오는 다른 물건들의 값도 정했습니다.
이때 시장의 곡식 값을 정하는 사람이 바로 위에 말한 ‘말감고’였습니다.
즉, 시장에 나온 쌀값은 ‘말감고’에 의해서 정해지고 그들에 의해서 ‘값이 띄워지는 것’인데, 그래서 시장이 서는 날 시세에 따라 그날 곡식의 시세를 띄우는 값을 ‘띄운 금’, 즉 ‘뜬금’이라고 불렀습니다.
결국 그날 시장에서는 ‘뜬금’으로 정해진 가격으로 곡식을 사고팔면서 거래가 성립됐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거래하는 시장에서는 상거래 절차 속에 ‘뜬금’을 반드시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즉 ‘뜬금’이 정해지지 않으면 그날 거래가 혼란에 빠질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런 상황에서 생긴 말이 바로 ‘뜬금없이 거래되는 곡식은 없었던 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는 ‘뜬금없다’라는 표현의 의미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결국 이후에는 오늘날까지 ‘정해진 절차나 순서를 무시하고 갑자기 무슨 일이나 생각이 일어나거나 나타난 상황을 우리는 ‘뜬금없다’라고 표현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쌀 ‘한 되’는 지금 기준으로는 1.8kg이고 열 되가 ‘한 말’에 해당하므로 ‘한 말’은 18kg 정도입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