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이랑 산풀이랑 친구하기- 망초와 개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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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름: Canadian horseweed(fleabane) vs. Annual fleabane
학명: Erigeron Canadensis vs. Erigeron annuus

잡초에 대한 내 생각은 지금도 매일 바뀐다.
마당을 정신없이 덮은 잡초들을 보면 곧장 경운기로 갈아버려야지 생각하다가도 잡초들이 우리 눈에는 없애야 할 적으로 보이지만 그들도 자연스럽게 자라는 식물이며, 더욱이 내가 다가가서 변화를 주려고 하기 이전부터 그 자리에 터를 잡고 살아온 것이기에 잡초가 불쌍하다는 연민의 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감상은 나만 드는 것인지 코로나 시기를 지내오면서 많은 사람이 갖게 된 일반적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튜브와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내게도 생겨난 것 같다.
특히 KBS1에서 2021년부터 작년까지 방송했던 “자연의 철학자들” 프로그램 중 잡초를 비롯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점을 새롭게 만들어 보려는 많은 시도를 접한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지만 잠깐 사이에 너른 공간을 한 종류의 잡초가 점령해 버리면 ‘이건 안 된다’라고 생각하게 될 텐데 이런 잡초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망초(亡草)’와 ‘개망초’이다.
국화과 해넘이 한해살이풀(겨울을 나는 한해살이풀)인 망초는 주로 여름에 왕성하게 꽃을 피우지만, 계절 상관없이 순이 나오고 줄기는 바로 서서 자라는데 줄기는 가는 털로 덮여 있다.
뿌리에서 난 잎은 ‘로제트형(민들레처럼 뿌리에서 뭉쳐서 나오는 형태)’으로 나오는데 겨울을 나지만 줄기에서 난 잎은 선 모양으로 뭉쳐서 나는데 겨울에는 말라 시들어 버린다.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잎이 한 식물에서 함께 자라는 것이다.
별건 아니지만 한국 자료에서 개망초와 망초의 구별법을 찾아보았다.
사진의 왼쪽이 개망초, 오른쪽이 망초이다. 개망초는 잎자루가 짧고, 잎이 넓고 짧으며 원뿌리가 없고 잔뿌리가 수염처럼 나 있다.
망초는 상대적으로 잎자루가 길고 잎이 좁고 길며 굵은 원뿌리가 있으며 개망초보다 더 크게 자란단다.
꽃은 크게 다른 모양인데, 망초꽃은 흰 꽃잎이 피며 꽃술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데, 개망초 꽃은 중앙에 동그랗게 노란 꽃술이 크게 보이고 둘레를 작은 흰 꽃잎들이 둘러 있어서 계란 프라이 모양이라 하여 일명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
나는 꽃이 피기 전 어린 개망초를 마당에서 발견하고는 한국에서 좋아했던 쑥이 내 마당에 나고 있다며 좋아하기도 했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게 아니란 걸 알고 실망했지만….

망초의 순 모습은 쑥과 매우 흡사하다.

한국 망초는 북미가 원산으로 구한말 개화기 때 일본을 통해서 전래한 새로운 귀화 식물인데 워낙 번식력이 좋아 전국에 널리 퍼져 있다.
개망초는 망초 도입 이후에 비슷한 꽃이 들어와 번졌는데 망초와 비슷하다 하여 개망초라고 불렸다.
다만 망초는 도시보다는 주로 농촌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단다. 이들을 진정한 잡초라고 할 수 있는 게 도시 주변 빈터 또는 1, 2년 정도 방치해 둔 휴경 밭에서는 여지없이 큰 무리를 이룬다.
재미난 것은 이 두 가지가 잘 공생한다는 점인데, 그 비결은 두 식물의 생장, 개화 시기의 차이 때문이란다. 여름까지 개망초가 우점하고 한 달 정도 후에 망초가 우점하기 시작한다.
개화 시기도 한 달 이상 차이가 있어 미미한 잡초에서도 함께 사는 공생을 배우게 된다.
이런 귀화식물들도 우리 조상님은 일찍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해 오셨다.
두 가지 모두 생나물이나 데쳐서 무침으로 먹거나 그냥, 또는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묵나물로 만들어 먹었다.
다만 개망초 잎이 더 커서 식용으로는 개망초가 더 적격이다. 바로 뜯어서 된장국을 끓여도 맛이 좋으며, 예쁜 개망초꽃은 꽃 튀김을 해도 맛이 좋고 팬에 덖어서 그늘에 말린 후에 꽃차로 활용해도 된다.
뉴질랜드 망초와 개망초도 다를 것은 없다. 제국주의 열강이 전 세계로 세력을 펼치던 19세기부터 전래된 것이라 이미 귀화한 식물이 되었고, 들판이나 산, 도시 할 것 없이 어디에서든지 쉽게 눈에 보인다.

전형적인 개망초의 잎 모양. 다른 모양의 근생엽과 경생엽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여기에서도 특별히 관리하지 않은 휴경지나 버려진 땅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터전이다.
인터넷에서 본 뉴질랜드 조경 전문가 글에서도 좋은 화학 성분 제초제도 어린 망초에만 효력이 있을 뿐 일단 커져 버리면 백약이 무효란다.
그러면서 아마도 다른 작물로 땅을 촘촘히 덮는 게 최선의 방법일 거라고 조언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씨앗이 담긴 개망초 꽃

이런 망초와 개망초이니 우리 집 마당에서 말끔히 없애는 것은 애초부터 내 노력과 시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불가능한 과제였다.
다만 가끔 운동 삼아 또는 심심풀이 삼아 눈에 보이는 놈들을 하나둘 솎아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었다.
앞으로는 심심풀이를 넘어서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수확해 여러 식재료로 이용함으로써 가계에도 보탬이 되고 가든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방법을 실행해 보련다. [글쓴이: John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