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 놀러 왔다가얼어 죽었다는 ‘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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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인 7월 6일(토)은 한국에서는 여름이 한창 절정에 달해 무더위로 고생한다는 ‘소서(小暑)’입니다.
하지만 남반구인 뉴질랜드에서 이에 맞서는 절기는 반대로 추위가 절정에 달한다는 ‘소한(小寒)’입니다.
‘작을 소(小)’에 ‘찰 한(寒)’인 한자 그대로 이 무렵은 한겨울 추위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때입니다.
물론 한국보다는 훨씬 온화한 기후인 뉴질랜드에서 매서운 추위는 느낄 수는 없지만 근래 들어 비가 자주 내리면서 궂은 날씨 속에 으스스한 한기가 역시 계절이 한겨울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소한’ 직전 절기였던 ‘동지(冬至)’가 지난 6월 21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았던 ‘동지’를 지나고 열흘이 되면 ‘하루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즉 ‘소한’이 될 무렵부터는 낮 길이가 길어지는 현상을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고, 농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그 시절이다 보니 농부들이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하면서 농사 준비도 마음으로 시작하는 때입니다.
한편 중국에서는 ‘소한’이 다음 절기인 ‘대한(大寒)’ 다음으로 가장 매서운 한파가 닥치는 시기로 생각하고 ‘입춘(立春)’을 맞이하기 전까지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박진규 시인이 1963년에 지은 ‘소한 무렵’이라는 시 처음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합니다.
<꽁꽁 언 약수터 / 댓잎 서걱대는 소리 시리다 / 목 축이러 온 직박구리 / 그냥 간다>

직박구리가 사람들이 흘린 물이라도 먹으러 왔건만 그마저도 꽁꽁 얼어 그냥 가야만 하는 애처로운 모습과 함께 댓잎 서걱대는 소리가 ‘소한’의 매서운 추위를 눈앞에 그려보게 합니다.

<1981년 양평, ‘소한’ 때 영하 32.6C로 한국 역대 최저기온 기록>
이 무렵이면 대륙성 고기압이 한반도로 본격 확장하며, 한국의 겨울 기후를 이야기할 때 흔히 표현하던, 이른바 ‘삼한사온’이 시작되는 때도 바로 ‘소한’ 즈음인데, 사실 ‘삼한사온’ 현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상황입니다.
한국에서는 연중 해가 가장 늦게 뜨는 날이 바로 ‘소한’이기도 한데, 참고로 ‘동지’는 낮과 밤이 같은 날이기는 하지만 연중 해가 가장 늦게 떠오르는 날은 아닙니다.
또한 이름만 놓고 본다면 ‘대한’이 가장 춥고 ‘소한’은 그다음이어야 하는데 실제로 한국의 평균기온을 보면 대부분 ‘소한’과 ‘대한’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가서 얼어 죽었다”, 또는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흔한 속담들처럼 한국에서는 ‘소한’ 무렵에 더욱 심한 추위를 느낍니다.
그 이유는 일단 사람들이 미처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추위를 겪는 데 비해 ‘소한’ 다음 절기인 ‘대한’에는 어느 정도 추위에 적응한 상황이라 이를 체감하는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지’를 지나고 맞이하는 ‘소한’ 무렵에는 낮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지만 ‘대한’ 무렵에는 온도가 올라가는 낮 시간이 길어졌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다가 기본적으로 24절기가 중국 화북 지방의 기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국 기후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실제로 한국에서는 ‘소한’ 무렵이면 기온이 ‘대한’ 때보다 더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지난 1981년 1월 5일 ‘소한’에는 경기도 양평에서는 영하 32.6C라는 최저기온을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양평에서는 1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최저기온이 영하 30C를 밑도는 엄청난 추위를 보인 바 있으며 당시 기록은 지금까지 한국의 역대 최저기온 ‘Top 4’로 남아 있습니다.
어쨌든 ‘소한’이 ‘대한’보다 오히려 춥다는 의미의 속담은 위의 두 가지 외에도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든지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등이 더 있습니다.
한편 ‘소한’ 무렵의 제철 음식으로는 꼬막과 귤, 고구마, 우엉, 과메기 등이 있습니다.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