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구호식품 수요(Christmas on the brea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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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크리스마스가 과거보다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지 알아보려면 크라이스트처치의 교통체증을 확인하면 될 듯 하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헤러포드 스트리트(Hereford St)에 있는 시티 미션(City Mission, 뉴질랜드의 대표적 자선기관. 역자 주) 본부 인근의 긴 줄과 교통체증으로 시청은 해당 도로를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일방통행로로 지정해야 했는데 이 소동은 시티 미션이 지급하는 긴급 구호식품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발생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들리는 안타까운 소식은 새로울 것 없지만 사람들이 2020년에 겪는 고통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듯 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크리스마스 행시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었지만 뉴질랜드는 별 제약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2020년 크리스마스도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이 없지는 않다.
이름에 꼭 맞는 일을 하는 듯한 크라이스트처치 시티 미션의 직원, 매튜 마크(Mattew Mark, 성경의 마태와 마가를 결합한 이름. 역자 주)는 구호식품 수요증가의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뉴질랜드의 다른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오클랜드(Auckland) 시티 미션은 구호식품의 지급숫자를 두 배로 늘렸는데 하루 만에 42,000건의 전화신청이 들어오면서 전화는 먹통이 되고 말았다. 레벨4 봉쇄조치(lockdown)가 내려졌던 지난 3월에도 오클랜드 시티 미션의 구호식품 수요가 급증했었다고 한다.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오클랜드 시티 미션도 워킹 푸어(working poor. 일을 하는데도 수입이 적어 빈곤상태인 사람. 역자 주)의 도움요청이 크게 늘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부부 중 한 쪽의 수입이 없어지거나 했는데도 생활비, 특히 주택 임대료가 계속 오른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번 주 발표된 트레이드 미(Trade Me) 자료를 보면 전국의 주택 임대료 중앙값(median)은 주당 $520로 2015년에 비해 21% 인상되었으며 웰링턴(Wellington)은 $580, 오클랜드는 $575였다.
오클랜드 시티 미션은 2020년에 주당 1,000개의 구호식품을 지급했고 로우어 헛(Lower Hutt), 와이누이오마타(Wainuiomata )의 코키리 마라이 후드뱅크(The Kōkiri Marae​ foodbank)는 최근 몇 주 동안 약 250개의 구호식품을 지급했는데 봉쇄기간에는 주당 1,000개를 지급했다고 한다. 웰링턴 시티 미션과 구세군 (Salvation Army) 등 다른 자선기관의 구호식품 수요도 역시 늘었는데 오클랜드 시티 미션 대표, 크리스 파렐리(Chris Farrelly)는 자체 조사결과, 식품빈곤(food poverty) 상태인 사람들이 코로나 전에는 열 명에 하나였지만 코로나 이후 두 배로 늘어 다섯 명에 한 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식품빈곤’은 충분한 영양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식품을 상시로 섭취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보건부(Ministry of Health) 연구에 따르면 뉴질랜드 아동의 19%가 2015-2016년 동안 심각 또는 중간수준의 식량불안(food insecurity)을 경험했었고 1.6%는 심각한 수준의 식량불안 상태였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거치면서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구호식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번 주 크라이스트처치의 교통체증은 이를 잘 보여주는 증거다. 다만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도 있다.
이번 주, 도미니언 포스트(Dominion Post, 웰링턴 일간신문)에 보낸 편지에서 전 오클랜드 성공회 부주교(Assistant Anglican Bishop)인 리차드 랜더슨(Richard Randerson)은 복지전문가 자문그룹(Welfare Expert Advisory Group)이 2019년 기준, 빈곤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52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사실을 언급했다. 또 자문그룹이 복지제도를 통한 지원이 뉴질랜드의 실질수입 증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지원기준도 보완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일을 하는데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워킹 푸어의 증가와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마저 자선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등 복지제도의 취약으로 초래된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The Press, 24 December 2020).

(번역: 김 유한, 뉴질랜드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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