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안보 무임승차자?(Are we actually freeloaders?)

368
사설
사설

지난달 미국 상원은 자레드 노벨리(Jared Novelly)의 차기 주 뉴질랜드 대사 임명을 승인했다.
미주리(Missouri) 출신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로 석유 사업가, 스포츠팀 소유주이기도 한 그는 지난 3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뉴질랜드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노벨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를 추진함에 있어 뉴질랜드보다 좋은 파트너는 없다”면서 “뉴질랜드 정부가 역내외에서 미국의 목표를 한결같이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태평양 지역 방위력 확대와 함께 광물 관련 대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교 정책의 독립성이라는 전통을 중시하는 우리 국민은 뉴질랜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와 의제를 지지하고 있다는 지명자의 인식에 놀랐을 것이다.
뉴질랜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대신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만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 국민이 ‘엉클 샘(Uncle Sam. 미국의 별칭. 역자 주)’을 두고 더 불안해진 것은 노벨리의 발언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의 강력한 발언 때문이다.
바로 자칭 전쟁부(Secretary of War) 장관인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가 싱가포르 지역안보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이 바로 그것이다.
헤그세스는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납세자에게 빌붙는 무임승차가 끝났다는 경고와 함께 다른 나라들이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접국 가운데 호주, 한국, 일본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뉴질랜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2% 국방비 지출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무임승차자인가 하는 질문에 헤그세스는 그렇다고 분명하게 확인했다.
그는 뉴질랜드의 국방 역량 강화를 기대한다면서 만약 적정 수준의 국방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역사적 우호관계와 상관없이 동맹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의 경고는 지난 4월 취임한 국방장관(Defence Minister) 크리스 펭크(Chris Penk)의 발언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펭크는 1980년 중반 이후 뉴질랜드 정치의 중요 원칙인 비핵화를 두고 흥미로운 대화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럭슨 수상은 비핵화 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확고히 하면서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이 드러난다. 하나는 트럼프 정권 하의 미국 외교정책의 변덕스럽고 거래적인 특징으로 역사나 신뢰보다 현재의 거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친구나 파트너 국가라도 언제든지 폄하되거나 모욕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영국이 이를 경험했다. 트럼프가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에 주둔한 영국군이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비난하자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수상은 발언이 “모욕적이고 충격적”이라면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457명의 전사자가 영국군에서 발생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트럼프는 발언을 번복하고 영국군을 “가장 위대한 전사들”로 칭했다.
근거 없는 가짜 주장을 내뱉는 것이 트럼프에게는 일상일지 모르나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는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강대국이란 인식을 강화했다.
이 해프닝은 미국이 이란에서 무모한 군사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발생한 일이다.
NATO 국가들이 국방비를 GDP의 5%로 늘이기로 합의한 것처럼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기타 국가들도 미국의 기대에 따라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다.
2025년 국방역량계획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4년간 총 12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으로 그중 90억 달러는 신규 지출이다.
그러나 유럽과 대만이 경험한 것처럼 우리도 미국이 지켜주던 시대 이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는 캐나다, 싱가포르, 한국 등 중견국과 지역 동맹을 발전시키면서 호주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전쟁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이란에서의 미국의 경우를 보면 군사력과 기술력의 우위에 따른 과거의 확실성이 뒤집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드론의 작전 범위와 위력이 우크라이나 방어의 핵심 요소였다.
이와 반대로 뉴질랜드는 미국에서 헬리콥터 5대 구입에 20억 달러를 지출하면서 해군 드론 기술에는 5천만 달러를 조금 넘겨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헤그세스와 펭크의 발언은 우리 정체성의 상징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럭슨 총리가 비핵화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확언한 것은 바른 대응이었다.
비핵화 정책은 자랑스런 우리 정체성의 한 면이고 군사적 역사가 또 다른 면인데 이 두 가지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유럽과 태평양 등지의 전쟁에서 100년 넘게 이어진 군사적 희생은 헤그세스가 우리를 ‘무임승차자’라 조롱하면서 훼손되고 말았다 (The Press, 6 June 2026).

(번역: 김유한) NZ 통번역사협회(NZSTI) 정회원, 호주 NAATI Certified Trans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