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콩깍지 씌우면 아무 것도 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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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해리포터’처럼 베스트셀러 시리즈로 만든 ‘Twilight’라는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처음엔 해리포터처럼 청소년 대상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지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읽는 책이 됐습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건 책만 있었을 땐 해리포터의 라이벌이 못 됐는데 첫 시리즈가 영화로 나온 지금, ‘Twilight’가 해리포터의 존재를 위협한다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입니다. 책이나 영화나 줄거린 똑같은데 갑작스러운 인기 비밀은 무얼까요?

그건 ‘Twilight’에는 해리포터보다 더 강력한 비장의 무기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 무기는 중독성도 엄청 치명적이어서 많은 여자애들이 중독 증세로 몇 번씩이나 가서 보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어떤 애들은 증상 치료 차 5번씩이나 갔다니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영화 메인 사운드 트랙은 국내 뮤직차트 1위를 무려 9주 동안 차지했습니다. 해리포터를 2번 갔다는 사람도 거의 못 봤는데 비장의 무기가 도대체 뭐길래 많은 애들이 두 번도 아닌 세번 네번씩이나 봤다는 걸까요?

그래서 저도 왜 그렇게 애들이 미치는지 궁금해 친구들이랑 한번 보러 갔습니다. 전 영화가 나올 때까지 한번 들어보지도 못했던 책이라 스토리가 처음이었지만 영화를 본 다음에는 책을 안 읽은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도 뻔하고 흔한 러브 스토리라니? 어떻게 이런 지루한 로맨스가 감히 해리포터와 겨루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관이 여자애들 소근거리는 귀속말로 가득 찼습니다. 뭔 얘긴가 했더니 내 옆 친구가 이러는 겁니다.

“쟤 너무 잘생겼다 그치?”

전 당연히 스크린에서 잘생긴 남자배우를 찾으려 했습니다.

“누구? 쟤?”

그러자 제 친구는 다소 어리둥절한 얼굴로 저를 보면서 말합니다. 제가 볼 땐 잘생긴 애는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아니 쟤 말고 쟤 말이야, 에드워드.”

전 이해가 안 돼 다른 쪽 친구에게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세상에, 이 친구 역시 “오우~ 재, 재 너무너무 잘생겼다” 하며 스크린에서 눈조차 떼지 못하는 게 아닙니까.

전 너무 뜻밖이라 또 다른 친구들도 둘러보았는데 같이 온 5명 모두 반응이 똑같았습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관객 99 퍼센트를 차지한 여자애들 반응이 모두 일치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침묵의 영화관 안에서는 쩍쩍 벌어진 턱에서 침 떨어지는 소리만 ‘똑똑’ 들려오더군요. 영화가 끝나도 그 “똑똑똑똑” 소리는 계속 됐고.

전 그 친구들이랑 프라이머리 때부터 같이 다녔는데 그 날은 ‘참, 살다보니 별일도 다 겪는구나’ 라는 표현이 이해 가더군요. 솔직히 ‘에드워드’는 별로였는데 말입니다.

한 친구는 개봉 첫날에도 보러 갔다는 데, 에드워드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영화관 안은 온통 “오오오~” 이런 소리로 뒤덮였다고 합니다. 물론 친구들이야 당연히 이런 무감각한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에드워드 역 배우는 해리포터에서도 나왔습니다. 4편에서 나와 극 중 끝에 죽는 역이었는데 그 캐릭터는 책에서는 엄청 잘 생겼다고 했지만 전 사실 그런 애가 나와서 실망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은 해리포터에서부터 그에게 ‘뿅’ 갔다고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I love Harry’ 티셔츠 입은 팬들은 못 봤지만 ‘I love Edward’ 또는 ‘I want my Edward’ 심지어는 ‘Edward is Mine’ 이라는 티셔츠를 입은 팬들은 수두룩합니다. (해리는 에드워드가 한편만 나오고 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한편 많은 사람들이 ‘Twilight’를 여자들 버전의 해리포터로 보는데, 그 반대로 해리포터를 남녀 공동의 ‘Twilight’ 보는 게 더 맞는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입니다.

물론 여자용 버전의 에드워드들도 많습니다. 한참 방영 중인 ‘NZ’s Next Top Model’에서는 지금은 탈락했지만 Rebeka Rose라는 출연자가 있었습니다. 모델을 얼굴로 뽑는 건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건 좀 너무 했다’ 라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심사위원들은 “Rebeka Rose. Wow What a Face!”라면서 실력도 그냥 그런 사람을 “You have such an amazing beauty that people just want to stop and stare at your face!”라고 치켜세우면서 몇 차례나 살려주더니만 결국은 얼마 전 자르더군요.

하긴 이런 면에선 제 동생도 이해 안 되긴 마찬가집니다. ‘스타워즈’ 팬인 그 애는 ‘오비원 카노비’로 잘 알려진 ‘이완 맥그리거’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답니다. 지난 주에도 온 가족이 영화관에서 ‘Angels & Demons’를 봤는데 그날 전 ‘Twilight 2’를 보려면 견뎌야 할 훈련을 동생을 통해 미리 받았답니다. “으으윽, 스타워즈의 ‘요다’가 차라리 낫지.”

그런 저도 물론 잘 생겼다고 여기는 스타가 당연히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얼마 전 ‘배트맨’의 악당였던 ‘조커’를 마지막으로 죽은 ‘히스 레저’입니다. 그 미소는 제가 생각할 때 어느 스타에게도 견줄 수 없는 그런 보물인 것 같은데 친구들은 ‘별로’라고 합니다. (어떻게,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를….)

아무튼 요즘 키위 여자애들에게 휘몰아치고 있는 그 치명적 ‘에드워드 신드롬’에 대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눈에 콩깍지 씌우면 아무 것도 뵈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