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 불을 지른 한국 고추(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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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사>

크라이스트처치 한국 교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데이브 가드너 군의 뒤를 이어 키위 청년의 한국 체험담을 연재하게 된 애론 영 (Aaron Young) 입니다.

저는 올 한해 동안 대전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사우스 오타고(South Otago)에 있는 작은 마을인 오와카(Owaka)에서 자랐습니다.

가족 소개를 간단히 드리자면, 부모님은 두 분 모두 학교 과학 선생님이고 누나 둘 중 하나는 간호사, 다른 하나는 호주 캔버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작년에 저는 크라이스트처치 폴리텍에서 1년 과정의 중국어를 배우면서 오후에는 파트타임 코스로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한국을 배우러 온 만큼 열심히 노력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코리아리뷰 지면을 빌어 전하는 얘기들은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므로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지난 3월 7일, 어둡고 쌀쌀한 이른 봄의 밤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한반도 영토로 들어서자 창 밖으로 보이는 수 없이 많은 불빛이 정말 장관이었다. 부산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빛의 바다를 지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저 아래 땅에서 보내게 될 2008년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막상 도착해 보니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사실이 자각되면서 바짝 긴장부터 된다. 하지만 긴장감도 잠시, 벽에 걸린 대형 화면에 ‘원더걸스’가 나오는 인터넷 회사 광고를 보는 순간 마음이 따끈따끈 편안~~해졌다-ㅋㅋ.

공항에서 기다리던 대전대 국제교류부 선생님과 학교 도우미 친구를 무사히 만나 대전 행 버스에 올랐다. 이리 저리 차선을 바꾸며 달리는 공항버스 안에서 앞으로 1년 동안 내가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나의 첫 번째 한국식사로 라면을 경험하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학교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저녁, 내 도우미 친구와 그의 친구들을 따라 난생 처음 한국 술집에 가 막걸리를 마셔보았다. 막걸리는 내가 어릴 적 귀가 아플 때 먹었던 바나나맛 물약과 비슷했다. 처음에는 식은 닭국물을 주는 줄 알고 받아 마셨다. 그런데 몇 잔 들이키니 점차 그 맛을 알 것 같았다. 안주로 작은 팝콘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먹거리(번데기라고 했던가?)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군것질거리도 먹어 볼 수 있었다.

술자리에서 여러 게임도 했는데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자꾸 막걸리만 마셔야 했다. 다음날 아침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던 것만 빼고는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한국 음식 중 삼겹살을 즐겨 먹게 되었는데, 기숙사에서 먹기 어려운 ‘진짜 고기’를 보충하는 훌륭한 대안인 것 같다. 반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으러 몇 번 같이 갔었는데 식탁에서 자기가 먹을 고기를 굽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주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들, 교수님들, 다른 재학생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수강신청 등을 마쳐야 했다. 대학에서 국제 교환학생들이 현지 지리에 익숙해지도록 시내 관광을 마련해 주었는데 이때 비로소 대전을 제대로 둘러 본 것 같았다.

한국 재래시장은 필리핀과 태국 갔을 때 본 길거리 시장들을 떠올리게 했다. 값 싸고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시장에서, 한해 정 붙이고 키워볼 요량으로 거舅見?하나 살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첫 주말에는 내 도우미 친구의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 다른 하객들과 대절버스를 타고 천안에 갔다. 버스에서 3코스 정식을 먹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한국 농촌 마을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운 내 고향 뉴질랜드에 있는 소박한 시골 마을과 확 트인 자연을 다시 만난 것 같았다.

결혼식 자체는 서양식이었지만 한복을 차려 입은 많은 하객들을 볼 수 있었다. 서구 문화와 한국의 전통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그 날 결혼식은 참 흥미로웠다. 서양 예복을 입고 서양식 결혼식을 하면서도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한국식 절을 올리는 것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이 묻어나는 신랑 신부를 보니 정말 좋았다. 피로연에서 천안 고추를 겁 없이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입 속에 불이 날 거’라던 내 도우미 친구의 경고는 결국 거짓말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대전 월드컵 경기장과 엑스포전시장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이 부근의 강은 위쪽에 비하면 정말 맑고 깨끗해 보였다. 친구가 서울 청계천 복원을 한 것처럼 여기도 청소를 하고 재정비하려고 한다고 말해 주었다.

이제 ‘밥 먹었어요? 알겠어요?’등의 한국어 기본 표현을 이해하고 배워가는 중이다. 충남 출신인 내 도우미 친구는 끝에 ~요’대신 ~유’를 붙이는 충남 사투리를 내게 훈련시키는 중이다.

새로운 언어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좋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내게 다가올 미지의 경험에 대해 생각하면 흥분되고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 오름을 나도 어쩔 수 없다. 나의 젊은 영혼과 용기를 위해 축배!

여러분 다음 달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