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제련소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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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 최남단 바닷가에 자리잡은 ‘티와이 포인트 알루미늄 제련소(Tiwai Point aluminium smelter)’의 폐업 소식이 7월 초에 전해졌다.

이로 인해 인근 지역은 물론 전국이 들썩거렸는데 이는 제련소가 뉴질랜드 전체 소비전력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 공장이며 경제적 비중 또한 크기 때문이다.

당장 제련소 폐쇄로 현지에서는 26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폐업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의 한숨소리가 깊은 실정이다.

<우리 생활과 너무나도 밀접한 금속 알루미늄>

만약 알루미늄이 없다면 당장 비행기를 만들 수 없고 가정주부들도 호율이 떨어지는 주방기기들 때문에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무게가 가볍고 강한 알루미늄 합금인 두랄루민이 비행기 제조에 가장 중요한 소재이며 또한 열손실율이 7%에 불과한 알루미늄은 그릇으로 쓰기에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알루미늄제인 무게 30파운드의 12마력짜리 4기통 엔진이 달린 비행기로 인류 역사상 첫 비행에 성공했던 사실은 항공 분야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로켓 연료로 우주 개척에도 필수적이며 높은 열을 내는 무시무시한 폭탄이 되기도 하는 알루미늄은 캔이나 호일 등 우리 주변에 흔한 많은 생활용품들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이런 알루미늄은 지각 무게의 8%로 산소(48%)와 규소(28%)에 이어 지구상 세번째 많은 원소인데, 그러나 자연에서는 산소나 규소와 결합된 형태로만 존재해 근대 이전까지는 추출이 어려운 금속이었다.

알루미늄 제조는 먼저 ‘보크사이트(bauxite)’를 분쇄해 수산화나트륨에 녹여 이를 가수분해한 뒤 1000℃ 전후 높은 온도에서 구워 ‘알루미나’라는 하얀 가루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알루미나’를 분해로에 넣고 다른 광물과 함께 전기분해하면 알루미나가 산소와 알루미늄으로 나뉘며 그 알루미늄을 꺼내 덩어리로 만들면 비로서 우리가 아는 딱딱한 알루미늄 금속이 된다.

설명은 다소 복잡하지만 보크사이트를 처리해 알루미늄 성분 가루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전기분해해 금속으로 만드는 셈인데 당연히 제조 과정에는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

<값싼 전기 찾아온 알루미늄 제련소>

티와이 포인트 알루미늄 제련소의 공식 명칭은 ‘뉴질랜드 알루미늄 제련소(NZ Aluminium Smelters, NZAS)’이다.

이 회사는 호주의 다국적 광산회사인 ‘리오 틴토(Rio Tinto)’ 그룹의 ‘리오 틴토 알루미늄사’가 80%의 지분을, 그리고 일본 ‘스미토모(Sumitomo) 화학’이 나머지를 가진 외국계 회사이다.

1955년 호주 퀸스랜드주 케이프 요크(Cape York)에서 보크사이트 광산이 발견됐고 이를 발견한 리오 틴토에서는 알루미늄 제련에 필요한 저렴한 가격의 전기 공급처를 찾았다.

회사 측은 1960년 뉴질랜드 남섬 마나포우리(Manapouri)와 테 아나우(Te Anau) 호수에 각각 수력발전소를 세운 뒤 그 전기로 제련소를 운영하기로 뉴질랜드 정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1963년 리오 틴토는 발전소를 포기했고 결국 뉴질랜드 정부가 7개 터빈을 통해 연간 평균 4800GW.h 전력을 생산하는 지하 수력발전소를 완공한 뒤 1969년부터 전기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26만여명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발전소 설치 반대 청원에 나섰는데 우여곡절 끝에 1971년부터 제련소가 운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1980년에는 더니든 북부인 아라모아나(Aramoana)에도 두번째 제련소를 지으려 했지만 당시에도 반대가 심했던 데다가 알루미늄 국제시장의 상황 변화로 중단됐다.

제련소에서는 호주에서 알루미나를 들여와 99.98%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도의 알루미늄을 최근까지 매년 35만톤 이상을 생산해왔으며 제품 90% 이상을 수출했다.

제련소는 77만6000여 가구가 소비하는 전력과 맞먹는 뉴질랜드 전체 전력 소비의 13%를 사용하는데 대부분 마나포우리 발전소에서 공급된다.

<흔들리는 사우스랜드 경제>

제련소는 사우스랜드의 중심 도시인 인버카길(Invercargill) 남쪽의 항구인 블러프(Bluff) 건너편 바닷가에 있다.

7월 9일(목) 리오 틴토사 관계자는 알루미늄 사업의 불투명한 전망과 값비싼 전기료로 인해 더이상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부득히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최근 1년 반 동안 국제시장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25%가량 하락했으며 지난 2월 회사 측은 4800만달러 손실을 봤다고 공지했다.

제련소 측은 전력회사와 수개월간 협상했지만 계약 종료를 결정했다면서 실직할 직원들과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이 걱정되지만 회사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련소에 전력을 공급하던 메리디언 에너지(Meridian Energy) 측도 당일 곧바로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오는 8월 31일자로 계약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지자 그랜트 로버트슨(Grant Robertson) 재무장관은, 제련소가 문을 연 이래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고 연간 4800만달러에 달하는 탄소배출권(Emissions Trading Scheme)을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제련소를 도왔다면서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메간 우즈(Megan Woods) 에너지부 장관도, 리오 틴토가 석탄 사업장을 유지하고자 세계에서 가장 탄소 배출이 적은 제련소 문을 닫는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로 인해 국내 전기 가격에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팀 섀드볼트(Tim Shadbolt) 인버카길 시장은, 폐쇄 소식을 듣고 한 마디로 마음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면서 이는 단순히 일자리 문제뿐만이 아니라 각 가정은 물론 학교와 지역의 소상공인 등 광범위한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섀드볼트 시장은 제련소는 보조금 등 지원을 바라지 않고 분명히 문을 닫겠다고 했다면서, 지역 경제는 다시 회복되겠지만 지금 상태까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일 보도가 나가자마자 증권시장에 상장된 메리디언 에너지를 비롯해 제네시스(Genesis)와 콘택트(Contact) 등 국내 전력회사들의 주가가 최소 5%에서 12%까지 내려앉으면서 28억달러에 달하는 시가 총액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나아가 이번 조치는 타우하라(Tauhara)에 6억달러를 들여 새로운 지열발전소를 지으려던 컨택트 에너지의 사업도 재고하게 만드는 등 국내 전기사업 분야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한편 리오 틴토사는 제련소를 닫으면서 공장 부지를 정리하는 비용을 2억5600만달러로 추정했는데, 제련소의 특성상 오염 물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메간 우즈 장관은 관련 법률에 의거해 오염 제거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사라지는 일자리만 2600개>

제련소 폐업으로 직접 고용인원 1000명과 간접 고용인원 1600명 등 2600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는데 이는 사우스랜드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준다.

제련소 홈페이지에는 사우스랜드 경제에 매년 4억600만달러 경제적 기여와 함께 6억달러 매출과 4억1800만달러를 지출한다고 적혀 있는데, 현재 추정으로는 사우스랜드 경제에서 제련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상주 인구가 2019년 기준 5만명 정도인 지역 중심 도시인 인버카길은 제련소 의존도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어 도시 전체가 뜻밖의 소식에 크게 들썩이는 실정이다.

지난 록다운 기간에도 제련소는 필수 작업장으로 분류돼 운영이 지속됐는데, 주민들은 당장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도 줄기 시작하면 인구 역시 감소할 것이고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물론 일반 소비도 격감하면서 지역 경제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코로나 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핵폭탄 같은 뉴스까지 전해지자 제련소와 직접 관련된 업종들은 물론 데어리에 이르기까지 터져나오는 한숨들을 참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유일한 폴리텍인 ‘서던 인스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Southern Institute of Technology, SIT)’에 재학 중인 북섬 출신의 한 10대 대학생도 일자리가 사라지는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SIT는 학비 없는 대학 운영으로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을 상당수 유치해온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는 지역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책 중 하나였다.

<전기요금 놓고 이어져온 제련소 폐업 논란>

제련소 폐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지난 2008~2013년에도 알루미늄 가격이 30%나 하락하자 회사 측은 전기료 인하와 정부 보조가 없으면 폐쇄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2012년 회사는 5억4800만달러 손실을 입었는데 당시에도 알루미늄의 가격과 원료인 알루미나 생산가, 그리고 뉴질랜드 달러 환율과 더불어 전기료가 가장 큰 논쟁거리였다.

당시 국내서는 국영 전력회사들을 부분적으로 민영화시키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제련소 폐쇄 여부도 함께 논쟁에 올랐는데, 제련소가 문 닫으면 사우스랜드의 GDP 7~8%가 사라지고 지역에서 2~3% 인구가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2013년 8월에 국민당 정부가 2017년 1월까지 제련소 문을 닫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3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후 2016년에는 알루미나 가격이 내리고 환율 덕분에 경영이 잠시 개선됐지만 2019년 10월 회사는 또다시 폐쇄를 포함한 실태 조사를 한다고 밝혀 논쟁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결국 제련소는 처음 설치 당시부터 값싼 전력이 하나의 유인 요인이었던 것처럼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전기 요금이 수익성은 물론 존폐 문제까지 거론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이처럼 대형 공장들이 전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경영상 어려움으로 공장 폐쇄나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실정은 현재 비단 제련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또 다른 공장인 북섬 마스덴 포인트(Marsden Point)의 국내 유일 정유시설인 ‘뉴질랜드 정유(Refining NZ)’와 함께 제철소인 ‘뉴질랜드 제철(NZ Steel)’ 역시 경영 위기를 호소 중이다.

노조에서는 만약 정유공장이 폐쇄되면 팡가레이(Whangarei)를 비롯한 북부에서만 1000여개 일자리와 함께 2400여개 이상의 간접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탄소 방출 제로화 법률 도입을 우려하는 제철소 역시 오클랜드 남부 글렌브룩(Glenbrook)과 오타후후(Otahuhu) 공장 문을 닫으면 1400명의 직접고용 인력과 2500명의 간접고용 인력이 문제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현재 ‘코로나 19’로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 전례 없던 큰 시련을 겪는 중인데, 이처럼 대형 제조업체들의 잇단 폐업 우려까지 겹치면서 실직에 대한 공포가 사람들의 어깨를 짖누르고 있으며 향후 정부의 지원이나 대처 방법이 어떻게 될지에 이목들이 쏠리고 있다. [코리아리뷰]